[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소리는 강력한 마케팅 도구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할리데이비슨의 엔진 소리는 인위적인 것이다. 웬만한 자동차보다 마력이 높은 오토바이라는 것을 오토바이 문외한들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강력한 배기음을 만든 것이다. 할리데이비슨은 이 배기음을 상표권(Sound Trademark)으로 등록해 관리하고 있다.

할리데이비슨처럼 많은 기업이 청각을 활용해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고민을 해왔다. 특히 자사 제품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어려운 기업들은 제품 홍보 방법 중 하나로 청각을 활용해 왔다.
대표적인 회사가 인텔이다. 인텔은 컴퓨터 두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제조하는 회사다. 그런데 CPU는 본체 안에 장착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이를 인지시키려면 별도의 전략이 필요했다. 인텔이 선택한 방식은 CPU를 제공받는 컴퓨터 제조사와 계약할 때, 본체에 인텔 CPU가 들어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로고 부착을 강제하는 조항을 넣는 것이었다. 인텔은 TV광고를 위한 멜로디도 제작했다. 다섯 가지 음으로 구성된 단순하고 경쾌한 멜로디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인텔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매장에서 틀어주는 음악도 매출 증대에 한몫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는 한때 미국 본사 계열인 히어뮤직에서 매달 전 세계 매장에서 틀 음악을 선곡해 제공했다. 최근에는 매장 내 음악을 선곡해 주는 전문업체도 등장했다. 2005년 7월 우리나라 음원 저작권법 개정으로 영업장에서 음악을 틀면 저작료를 내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음악에 따라 매장 이미지는 물론 매출도 달라질 수 있다는 업주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부 선곡 전문 업체는 매장 위치와 특성, 이용고객의 연령대, 날씨까지 고려해 선곡한다고 한다. 실제로 고급 레스토랑에서 느린 음악을 들려주면 매출이 10%가량 올라가고, 백화점 할인행사 때 빠른 음악을 들려주면 고객 회전율을 10%가량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청각을 활용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전략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TV광고에 강아지만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의 소리를 삽입한 업체가 있었다. 해당 광고가 나오면 애완견들이 TV에 가까이 다가가서 꼬리를 흔드는 등의 반응을 하도록 유도, 애완견이 해당 상품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다.

인공지능 스피커 같은 제품이 나오면서 소리를 통해 기계와 소통하거나 소리 형태로 정보를 얻게 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소리를 마케팅에 활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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