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두 명으로 뮤지컬 회사 설립, '프랑켄슈타인' 제작…수출길 텄죠"

韓流의 숨은 주역들
(2) 뮤지컬 연출가 왕용범 왕용범프로덕션 대표

국내외 반향 '프랑켄슈타인'
누적관객 38만, 객석점유 98%…작년 日 닛세이 무대서 인기
2020년 앙코르 공연도 확정, 中서 100만弗 투자 유치도

해외시장 개척에 역량 집중
'벤허' '삼총사' 등 잇따라 선봬
'영웅본색' '베르사유…'는 일본·중국시장 목표로 제작
왕용범 연출이 일본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킨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인기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201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공연장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해외 흥행작의 라이선스를 사서 무대에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한국 작품은 ‘명성황후’ 정도에 불과했다. 투자자도 없었다. 왕용범 연출(44)이 창작 뮤지컬을 선보이겠다고 했을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변에선 만류했지만 왕 연출은 자비를 투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2013년 직원 두 명으로 ‘왕용범프로덕션’을 설립해 1년 뒤 공연을 올렸다. ‘뮤지컬 한류’를 대표하는 창작물 ‘프랑켄슈타인’ 얘기다.

일본 진출, 중국도 예정우려와 달리 이 작품은 초연 때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6년 재연, 올해 6월 시작한 삼연까지 누적 관객 수 38만 명, 평균 객석 점유율 98%를 기록했다. 작년 1월엔 일본의 대형 제작사 도호프로덕션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도쿄 닛세이극장에 올랐다. 일본에서 1000석 이상 대극장에 국내 창작 뮤지컬이 오른 것은 처음이다. 지난 5월엔 중국 투자사로부터 100만달러 투자도 받았다. 중국에서 직접 투자를 받은 것은 국내 최초다.

왕 연출은 “라이선스 공연도 의미있지만 창작자가 가야 할 길은 ‘창작’이라고 생각했다”며 “‘프랑켄슈타인’ 이후 다른 제작사들도 창작 뮤지컬에 본격 투자하고 해외 진출도 하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인간적 고뇌에 감정이입 유도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신이 되려 한 인간, 인간을 동경한 피조물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생명의 본질을 묻는다. 이런 소재를 두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머리에 대못을 박은 괴물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무대에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왕 연출은 그 이면에 담긴 이야기에 집중했다. 작품의 트리트먼트(대본 쓰기 전 핵심 내용 구성)만 30번, 대본은 20번 넘게 고치며 고민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피조물을 창조한 유일한 사람인 만큼 고민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스릴러 장르지만 그런 인간적인 면을 깊이있게 다루려 했죠. 피조물의 복수 이야기가 아니라 둘을 애증 관계로 설정해 관객이 감정이입을 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고민 끝에 탄생한 ‘프랑켄슈타인’은 업계 평가와 흥행 모두를 잡았다. 초연 직후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을 포함해 9개 부문을 휩쓸었다. 최근 인터파크 조사 결과에선 ‘회전문 관객(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는 마니아)’이 가장 많이 본 뮤지컬 1위에 뽑혔다. 일본 설문조사에서도 ‘다시 보고 싶은 공연 1위’에 올랐다. “일본 관객 역시 한국 관객만큼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객석을 꽉 채운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환호와 박수를 보냈죠.” 연일 매진을 기록하면서 2020년 1월 앙코르 공연도 확정됐다.“한국 관객의 감동이 우선”

직원 다섯 명으로 늘어난 왕용범프로덕션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굵직한 창작 뮤지컬을 선보이고 있다. ‘벤허’ ‘잭더리퍼’ ‘삼총사’ 등이다. 외국 작품을 소재로 삼은 것과 관련해선 “창작자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면 된다”며 “세계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데 한국 작품, 외국 작품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벤허’ 역시 중국 투자사로부터 100만달러를 유치했으며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다. 현재 준비하는 ‘영웅본색’ ‘베르사유의 장미’ ‘천녀유혼’도 일본, 중국 시장 등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하려면 한국 관객을 감동시키는 게 우선이라고도 했다. “한국은 해외에서 검증된 뮤지컬이 계속 올라오는 테스트마켓이 됐어요. 한국 관객의 눈높이가 곧 세계 관객의 눈높이가 된 겁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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