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할 마음 생기게 해달라"는 호소가 '개혁 저항'인가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견기업인들이 그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제발 기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한마디에 기업들이 처한 현실이 함축돼 있다. 대내외 악재가 쌓이고 내수부진은 끝이 안 보이는데 점점 커지는 노동비용, 철옹성 규제에다 이젠 경영권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여서다. ‘노조 할 자유’가 한껏 부풀수록 ‘기업 할 의욕’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기업인들은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마다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지쳐가는 현실을 가감없이 전달했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초래할 경영권 위협부터 그렇다. 외부 공격수단과 기업 방어수단 간에 최소한의 균형조차 결여된 현실에서 위기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시행되면 투기자본 공세가 더 거세질 것이란 우려를 전달했다. 너무 짧은 탄력근로제 적용기간, 신사업 진입장벽, 객관성이 결여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등도 개선이 시급한 문제들이다.유감스럽게도 이런 호소가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은 대통령 공약인 ‘공정경제’ 차원에서 밀어붙이는 것들인데, 소위 ‘촛불 세력’의 반발을 감수해가며 완화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여·야·정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조차 노동계 반발에 물러선 판국이다. 규제혁신을 외치지만 제대로 풀어준 것도 없다. “경제위기론을 앞세운 기업 기(氣) 살리기 요구가 개탄스럽다”는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의 발언이 솔직한 본심일 것이다.

기업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공장가동률이 2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공단마다 매물홍수다. 중소·중견기업의 74%가 올해 매출이 감소·정체상태이고 대기업까지 대부분 실적 위기에 몰려 있다. 여기에 내년 최저임금이 10.9% 추가인상되고, 주 52시간 근무 위반 시 처벌이 본격화하면 기업인들은 언제 범법자가 될지 모른다. 사업을 포기하거나 해외이전 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기업할 마음이 생기게 해달라”는 절박한 호소를 개혁 저항 시도로 몰아붙일 수 있는 건지, 공론화에 붙여봐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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