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카드 마케팅 비용 축소가 능사 아니다

"카드사마다 적정 판촉비 달라
소비자의 서비스 만족도 고려해
비용따라 수수료율 차등해야"

서지용 < 상명대 교수·경영학 >
최근 카드수수료율 원가에 포함된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 축소 여부를 놓고 시장참여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마케팅 비용 중 일회성 비용을 줄여 수수료율을 낮출 것을 주장한다. 반면 카드사들은 소비자 만족도 감소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문제를 제대로 살펴보려면 마케팅 비용 구조부터 알아야 한다. 마케팅 비용은 상품탑재 서비스 비용과 일시적 판매촉진비로 구분된다. 전자는 무이자할부, 포인트 마일리지 적립 등 3년의 의무유지 기간이 있는 소비자 편익 목적 비용으로 상품약관에도 명기돼 있다. 임의적 축소가 어려운 부분이다. 후자는 카드사의 매출증대를 위한 판촉활동비로, 경상적 비용이라기보다는 투자성격이 강하다. 카드사가 제공하는 상품의 비가격경쟁수단의 일환으로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용도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카드사의 일회성 마케팅 비용인 판매촉진비가 전체 마케팅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였다. 전년도(17.5%)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 최근 몇 년간 카드사들의 총마케팅 비용은 증가했지만 전체 마케팅 비용 대비 판매촉진비 비중은 큰 변화가 없다. 최근 4개년 동안 이 비중은 15~18%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 최근 경영환경은 카드사의 적극적 판촉활동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 간 경쟁 심화, 불완전 서비스 판매 최소화를 위한 사후관리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또 무형의 성격을 지닌 카드상품 특성상 다양한 홍보 및 판매채널 확보를 위한 재원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급격한 판매촉진비 축소는 단기적으로 카드수수료율 인하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부작용이 생길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소비자의 서비스 만족도 하락, 카드사 실적악화에 따른 카드업 종사자의 감원, 가맹점 매출 감소 가능성이 있다. 특히 카드업의 부진은 정규직 근로자보다 카드배송자, 모집인 등 기간제 근로자들의 감원 확대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전업계 카드사의 직원 수는 전년 대비 약 1.9% 감소했는데,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감소폭(10.7%)이 상대적으로 컸다. 또 가맹점 매출에 기여하는 판매촉진비의 순기능 감소도 우려된다. 연매출 1억2000만~6억원 규모 가맹점의 신용카드 매출 증가에 판매촉진비가 일정부분 기여한다는 연구 발표도 있었다. 판매촉진비가 가맹점 매출에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일회성 마케팅 비용 축소를 통해 수수료율을 낮추자는 방안은 기본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적격비용에 일회성 마케팅 비용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는 수수료 원가요인 변동을 정기적으로 반영해 수수료율을 정해야 한다.결국 카드사 마케팅 비용을 무조건 축소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보다 현실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예컨대 판매촉진비의 지나친 상승을 억제하는 상한선을 도입한다면 이 비용의 순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한선도 함께 설정해야 한다. 카드수수료율의 상승압력을 억제하는 동시에 판매촉진비의 국민경제적 순기능 훼손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다. 또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정책 시행의 유예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 카드사마다 판매촉진비의 적정수준은 다르기 마련이다. 각 사 사정을 감안해 적정수준과 향후 계획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적격비용 변화를 토대로 카드수수료율이 연동될 수 있는 수수료 정책을 다시 확립할 필요도 있다.

정부가 꼭 카드수수료율 정책에 손을 대야 한다면 보다 합리적인 측면에서 고민하길 바란다. 가맹점 마케팅 비용의 혜택이 합리적으로 배분될 수 있는 수수료 체계를 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가맹점 결제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소비자의 서비스 만족도 및 카드사 실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라면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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