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월요일 회의' 없애고 근무복장 전면 자율화

달라지는 기업 문화
LG전자는 주말에 출근해 회의를 준비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월요일을 ‘회의 없는 날’로 정해 시행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지난 9월부터 근무 복장을 전면 자율화했다. 1998년 넥타이를 매지 않는 비즈니스 캐주얼 근무제를 도입한 지 20년 만이다. 주 40시간 근무 체제에 맞춰 업무 몰입도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대비하고, 임직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하기 위해 LG전자는 조직 문화, 업무 방식, 시스템 등을 바꿔나가고 있다.

주 40시간 근무 체제에 맞춰 ‘스마트하게 일하는 조직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을 ‘회의 없는 날’로 정했다. 주말에 출근해 월요일 회의를 준비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주말 출근으로 근로 시간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일반 회사에서 주로 월요일에 열리는 임원회의도 화요일에 진행된다.

변화하는 환경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도 만들고 있다. 지난해 7월 새 직급 체계를 도입해 기존 직위·연공 중심의 5단계 직급을 역할에 따라 3단계로 단순화했다.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은 올해부터 월 1~2회 소속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올핸즈 미팅’을 하고 있다. CTO를 포함한 경영진이 조직별 연구개발(R&D) 현황을 공유하고 이에 대한 구성원들 의견을 받아 경영 활동에 참고하도록 한 소통 프로그램이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는 로봇 소프트웨어가 대체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초부터 영업, 마케팅, 구매, 회계, 인사 등 12개 직군의 총 120개 업무에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기술을 도입했다. RPA는 사람이 처리해야 하는 반복적인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로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로봇 소프트웨어는 회사 시스템에 로그인하고 데이터를 내려받고 특정 양식의 보고서에 입력하는 등 사람의 손을 일일이 거쳐야 했던 일들을 수행한다.예를 들어 각 법인에서 메일로 보낸 매출 실적과 사내 시스템에서 내려받은 환율 등의 정보를 적용해 보고서 형식으로 리포트를 작성한 뒤 담당자에게 메일을 발송한다. 거래처 시스템에 접속해 매장별 판매정보를 집계한 뒤 회사 시스템에 자동으로 입력할 수 있다. 현재 로봇 소프트웨어가 처리하는 업무량은 사람의 근무량으로 환산하면 월 3000시간 이상이다. 직원들은 데이터 조회와 정리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등 보다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지난 8월 말부터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챗봇(chatbot) 서비스인 ‘엘지니’를 도입했다. LG전자 임직원들은 휴가사용 규정, 진급평가 기준, 복리후생제도 등 사내 제도와 규정에 관한 문의부터 회의실 예약, 일정 관리까지 엘지니를 통해 손쉽게 할 수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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