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는 성과…나머지는 "추진·노력" 선언적 수준

닻 올린 與·野·政 협의체

문재인 정부 첫 여·야·정 협의체 가동…12개항 합의

문 대통령 "고용세습 척결"…아동수당 확대도 신속히 '입법' 조치
여야 경제위기 상황 공감 속 '협치 모델 제도화' 기대도
脫원전 1시간 격론…문 대통령 "에너지 전환 정책 바꿀 수 없다"
<손잡은 與·野·政>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병완 민주평화당·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대통령, 김성태 자유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5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 간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12개 사항의 합의문이 나오자 여야 간 새 협치모델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합의를 위한 합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청와대와 여야가 지난 1일부터 수일 동안 물밑 의견 조율을 거쳐 합의에 도달한 점은 ‘밥 먹는 자리’ 성격이 강했던 이전 회동과 분명히 다르다는 평가다.

경제 현안에는 여·야·정 모처럼 공감대이날 회동에 참석한 여야 5당 원내대표들도 회동 후 별도 브리핑에서 합의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협치의 제도화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모처럼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 자리였다”고 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여야가 합의가 안 된 부분은 회동 전에 공란으로 남겨 놓았다가 오늘 회담에서 채워갔다”고 논의 과정을 소개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경제가 어렵다는 공통 인식이라는 전제가 있어 합의가 가능했다”고 입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를 분기에 1회씩 하고, 현안이 있을 때는 따로 만나자”고 제안했으며 여야 원내대표들도 찬성 의사를 밝혔다.

총 12개 합의사항 중 6개 조항이 경제 등 민생과 관련한 내용이다. 그만큼 문 대통령과 여야가 최근의 민생 경제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는 방증이다. 여·야·정이 경제 활력을 위한 규제혁신 법안의 신속한 국회 처리와 함께 탄력근로제 도입에 속도를 내기로 한 것도 이 같은 공감대가 있어서다.홍 원내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문제를 탄력근로제 개정으로 보완하자는 데 여·야·정이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3개월인 탄력근로제 시한을 민주당은 6개월, 한국당은 1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기업 위기 해소를 위해 탄력근로제를 확대적용하겠다는 입장을 청와대가 수용했다”며 “문 대통령도 각별하게 신경 쓰는 것 같았다”고 했다.

고용세습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판단할 문제지만 고용세습 방지에 특단의 의지를 갖겠다”고 강조했다고 김성태 원내대표가 전했다.

저출산 해결을 위한 부분은 한국당의 공세적인 주장 때문에 막판까지 합의에 애를 먹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현재 6세까지인 아동수당을 초등학교 6학년까지 확대하자는 내용을 합의문에 넣자고 주장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초등학생 전체로 확대하자는 한국당 주장에 대해 문 대통령이 방향성에는 공감하나 예산 문제도 있으니 수혜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자고 했다”고 설명했다.탈원전 정책 속도 조절하나

이날 회동에서 문 대통령과 여야가 가장 오랫동안 논의한 부분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다룬 11번 항목이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기초로, 원전 기술력과 원전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정리됐다. 당초 사전 조율 단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한국당의 강한 주장을 청와대가 수용해 최종 합의문에 담겼다.

2시간40분 동안 열린 회담 중 원전 관련 내용을 두고 한 시간 넘게 격론이 벌어졌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전산업 국가경쟁력을 유지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기로 한 것은 정부가 탈원전 속도 조절을 통해 원전산업을 더 이상 위기로 내몰지 않겠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장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원전이 60년 이상 그대로 간다고 하지만 원전 기술력 확보를 위한 인력 양성에 빨간불이 켜진 만큼 원전산업 경쟁력 지속 부분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철시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 같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일각에선 여·야·정 협의체가 실질적 협치모델로 안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합의문을 실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여야 5당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현안이 적지 않기 때문에 안착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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