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김명수 대법원장의 뒷짐

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kys@hankyung.com
“특별재판부 구성, 법관 탄핵 등 사법부 독립을 저해하는 논란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아무 말씀이 없으시네요. 법관들 사이에선 ‘불구경 리더십’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요.”

한 지방법원 판사는 김 대법원장의 침묵을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와 관련해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사법부 독립의 토대가 흔들릴 만한 이슈가 제기되는 데도 말을 아끼는 것은 참으로 아쉽다고 강조했다.과거 대법원장들은 사법부 독립이 위협받을 때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왔다. 일선 법관들의 판결에 대해 여론이 과도하게 비난하거나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압력을 넣으려 할 때마다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상당수 법관은 이번에도 김 대법원장이 비슷한 일을 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정치권 입맛에 맞는 인사들이 재판을 하도록 허용하거나, 확정 판결을 받지 않는 법관에 대한 탄핵 주장이 사법부 독립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봐서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 9월20일 법원행정처 폐지 소식을 전한 이후부터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특별재판부와 관련해 의견을 모았을 때도 시도 자체로 삼권 분립을 흔든다는 지적이 법관들 사이에서 크게 일었지만 김 대법원장은 말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법관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한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에서는 대법원장이 이쯤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고법 판사 등 고위 법관들 사이에서는 대법원장이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은 내부 수습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상태다. 지난 24일부터 전국 법원을 순회 방문하고 있다. 시선은 곱지 않다. 한 고위 판사는 “사법 독립을 언급했다가 여론의 지탄을 받을 수 있으니 그런 위험은 피하고 내부 달래기만 하면서 체면은 차리겠다는 것”이라며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남에게 다 맡겨 놓고 끌려다니기만 한다면 사법부 정상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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