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신직업 동향] 융합형 인재,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다 -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게임 실황자

김민지(나고야대학 대학원 국제언어문화연구과 박사)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모든 것이 연결되고 융합되어 새로운 가치가 생성되고 있다. 일본 역시 다양한 기술과 학문을 융합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새로운 직업들이 일본 정부와 기업들의 투자와 지원 아래 주목을 받고 있다.데이터 분석하고 비즈니스 창출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지금 일본에서는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상품이나 서비스의 개선을 담당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가장 주목받는 직업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빅데이터란 알려진 바대로 방대한 정보의 집합체로, 검색엔진에 검색된 키워드, GPS로 측정된 사람이나 사물의 이동이력 등을 말한다. 우리는 이미 PC와 인터넷,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보급되면서 퍼스널 데이터가 증가했고, 사물의 정보가 인터넷에 연결되는 IoT(사물 인터넷)기술의 확산으로,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얻게 되었다.

최근 NHK의 새로운 직업 스페셜 방송에 소개된 오사카가스의 가와모토 가오루(河本薫) 씨의 사례는 이에 대한 대표적 예다. 그는 가스기기 수리에 관한 과거 10여 년 간의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 문의 사항을 입력하면 고장 확률이 높은 부품들이 추출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로써 1회 방문으로 수리가 종료되는 확률을 100%에 가깝게 개선해냈다. 그는 과제를 푸는 것만이 아니라, 비즈니스 과제들을 찾아 현장에 적용시키는 것도 중시한다. 즉,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게는 통계분석 능력은 물론이고, IT기술능력, 비즈니스 능력 등이 융합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기업 혁신을 주도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 대한 일본 내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에 의하면 1년 사이 6배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비즈리치가 운영하는 구인검색엔진 ‘스탠바이’의 조사에 따르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관련 구인정보에 제시된 최고연봉이 3,900만 엔에 이른다고 한다.

치솟는 몸값,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잡아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 대한 대우가 이렇게 치솟는 이유는 바로 심각한 인력부족 때문이다. 일본에서 데이터 분석을 위한 통계학을 이수한 대학 졸업자는 연간 4,000명 정도지만, 분석 결과를 비즈니스에 응용하는 스킬을 지닌 인재는 1,0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경제산업성은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2020년에는 약 4만8,000명이 부족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일본 기업들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확보를 위해 스스로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 히타치제작소는 2019년도부터 IoT 사업을 강화해 나갈 방침으로, 2021년까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현재 700명에서 3,0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그룹 내 사원들의 스킬이나 이력을 정비해 고객 문제 해결에 필요한 능력을 지닌 인재를 찾아 비즈니스별로 팀을 편성하는 등 인재 확보를 위해 사내교육프로그램을 재편성하고 있다. 보험회사 SOMPO홀딩스도 2017년 실무형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육성 강좌를 개설해 금융기관이나 종합상사, 건축회사, 연구직, 경영컨설턴트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인 50명 이상을 육성했다.

또한 ‘SOMPO D-STUDIO’를 설립해, 동종업종이 아닌 기업, 행정기관, 벤처기업, 프리랜서 기술자들을 모아,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조하는 기반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그 외 산학협력도 눈에 띄는데, 히타치제작소, 아스텔라스제약, NTT도코모, 일본항공, 야마토홀딩스 등 9개 대기업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육성을 위해 도쿄대학, 게이오대학 등 5개 대학과 협력해 각 기업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대학원생 육성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일본 정부는 현재 제4차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국제경쟁력을 높이려고 힘쓰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거품경제 이후, 정보화사회로의 진입과 산업 구조의 변화에 순조롭게 대응하지 못해 세계경쟁대열 합류에 늦어버린 경험이 있다. 새로운 산업혁명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서 다시금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IoT, 빅데이터, AI의 활용에 필수적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육성을 핵심과제로 삼아 대학과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게임중계에서 게임 창조자로, 게임 실황자

대규모 게임이벤트장의 ‘게임실황자 코너’. 아이돌 콘서트를 방불케 할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이고 함성이 이어진다. 대형 스크린에는 게임화면이 비춰지면서 게임실황자들이 일렬지어 게임을 한다. 게임 도중에 그들은 “심하다 심해! 어떻게 된거야”라며 경기를 고조시키기도 하고, 실수를 하면 “다들 걸려드는 패턴이네요”라며 관객의 공감을 사기도 하고, “그래도 이 버튼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라며 지식을 공유한다. 게임실황자들은 게임중계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장난 섞인 멘트로 맛깔을 더하며 보는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일본에서는 지금 이러한 게임실황자가 인기다.

인터넷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사람들의 미디어 이용 기반이 크게 변화하면서 젊은 층은 더이상 TV가 아니라,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니코니코 동영상과 유튜브를 통해 선호하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게임실황은 이러한 변화로 생겨난 하나의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원래 게임실황자들의 활동무대는 니코니코 동영상이었다. 2006년 말에 등장한 니코니코 동영상을 통해 ‘게임해 봤다’ ‘노래해 봤다’ ‘생방송’ 으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가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시청자들의 댓글이 화면 우측 상단에 흘러나가면서 대화를 주고받는 이색적인 쌍방향적 소통 방식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반응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단순한 게임 감상이 아니라, 실황자의 토크나 연출, 시청자들과의 잡담이 모두 생생하게 편집되어 공유되는 게임실황은 니코니코 동영상의 인기 장르가 됐고, 유튜브로까지 확산되면서 인기몰이를 이어갔다. 하지만, 게임실황을 직업으로 한다는 개념은 최근에야 형성된 것이다. 게임은 그저 아이들의 놀이에 불과했고, 게임 강국인 일본에서조차 게임에 빠져있는 청소년을 ‘오타쿠’라며 부정적으로 여겼기에 게임실황은 인터넷 하위문화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흐름이 깨지게 된 계기는 유튜브와 e스포츠의 성장으로 게임이, 플레이를 하는 콘텐츠에서 플레이를 보는 콘텐츠로 영토 확장을 한 것에 있다. 그로 인해 게임동영상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했는데, IT기업 KADOKAWA가 번역해 발표한 게임실황 글로벌 마케팅 리포트에 의하면 2017년 세계 게임동영상 시장은 46억 달러(약 5,060억 엔), 세계 시청자 수는 6.7억 명 규모로, 2021년까지 21% 가 증가하고 8.1억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현재 IT 기업들은 게임실황을 하나의 콘텐츠로 인정하고 게임실황자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콘텐츠 영토를 확장해가는 게임실황자

닌텐도는 게임실황의 부흥을 위해 가장 먼저 나선 기업인데, 2015부터 ‘Nintendo Creators Program’을 실시해, 유튜브에 투고된 게임실황 동영상이 ‘닌텐도 저작권에 포함된 동영상 리스트’에 제시된 것이면 광고 수익을 투고자인 게임실황자와 함께 셰어하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닌텐도 관련 게임실황 동영상의 광고수익을 유튜브 규칙에 따라 저작권자인 닌텐도가 모두 취해왔지만, 이를 투고자와 나누겠다는 것이다.

니코니코 동영상 운영회사인 도완고는 2015년부터 게임관련대회, ‘투회의(闘会議)’를 개최하고 있다. 투회의에는 해마다 많은 기업들이 참가해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데, 처음 개최된 2015년에는 3만5,786명이 모였고, 2018년에는 2배 이상 증가한 7만2,425명이 모였다. 또한, 도완고는 와타나베 엔테테인먼트와 연계해 ‘와타나베 아마덕션’이라는 MCN(Multi Channel Network)형식의 신설회사를 만들었다. 와타나베 아마덕션은 게임실황자와 같은 크리에이터들의 메니지먼트 및 프로듀스를 시행하고,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인터넷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콤비 게임실황자로 유명한 막말지사(幕末志士)는 ‘키리자키군은.(キリザキ君は。)’이라는 프리게임을 제작해 큰 호응을 얻으면서 게임실황자&게임제작자로도 불리고 있다. 최근에는 IT기업 KADOKAWA가 이를 만화화 하기로 결정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처럼 게임실황자의 콘텐츠가 원소스 멀티유즈 상품이 되어 부가가치를 형성하는 힘이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단순히 게임에 대한 지식만이 아니라, 이용자와 교감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이를 응용해 개발하고 새롭게 창조해 내는 능력들을 융합하여 소화해내는 게임실황자는 이제 하위문화가 아닌 디지털 미디어산업의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게임을 활용한 SBA신직업]

게이미피케이션 전문가 | ‘게이미피케이션’을 마케팅,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전문가.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의 사고방식과 메커니즘을 적용해 사용자의 관심을 유발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소셜게임 큐레이터 | 교육에 적합한 게임을 선별하여 대상에 맞는 게임을 활용하여 교육하는 전문가. 연령대와 발달 정도, 성격 등에 맞춰 적절한 게임을 대상에게 큐레이팅 해준다.

보드게임 디자이너 |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카드, 큐브 등의 형태로 만들어 대중화하는 직업. 보드게임은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전략적 사고,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어 교육 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글= 김민지 (나고야대학 대학원 국제언어문화연구과 박사)

정리= 경규민 기자 gyu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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