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리 척결도, 공약 이행도 '이중잣대'는 안 된다

연일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는 공기업 채용비리는 말 그대로 복마전을 연상시킨다. 공기업·공공기관들의 채용 비리는 신뢰사회 기반을 허무는 사회적 중대범죄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철저한 진상파악과 근절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공기업에서 친인척끼리 나눠먹은 고용세습의 실상이 어디까지이며, 어떻게 이런 일이 대규모로 가능했는지 제대로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후진국에 만연해 있는 매관매직과 다를 게 없는 고용세습의 실상을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공기업 채용비리에 대한 강력한 조사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는 야당들의 요구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작년 5월 출범 직후부터 ‘적폐청산’을 강력 추진하면서 공기업과 은행 등의 신입사원 부정채용 의혹에 대해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관련자를 사법처리하는 등 말 그대로 ‘철퇴’를 내렸던 문재인 정부이기에 더욱 그렇다.

공약 이행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시킨다는 ‘비정규직 제로(0)’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고,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일괄 전환으로 인한 공기업들의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급여시스템을 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 바꾸기로 한 공약에 대해선 딴판이다. 1년째 직무급제에 대해 정부는 입을 닫고 있다. 호봉제에 비해 급여가 줄어드는 직무급제를 반대하는 거대 노조의 눈치를 보고 있는 탓이다.

비리 척결이건 대선 공약 이행이건, 이중 잣대는 안 된다. 잘못이 발견된 일은 정권차원의 유·불리를 떠나 즉각 뜯어고치는 게 당연하다. 직무급 도입 등 급여시스템 개혁은 대선 공약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마땅하다. 더 이상 미적거려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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