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두의 손실' 우려되는 생계형 적합업종 규제

입법단계에서부터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출발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 여전히 논란거리다.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번엔 중소벤처기업부가 입법 예고한 시행령이 문제가 되고 있다. 시행령이 진입규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너무나 모호하고 포괄적인 기준으로 가득찼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입법 예고한 시행령대로 가면 소상공인을 보호하기는커녕 각종 부작용만 속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 등이 시행령과 관련한 건의서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적합업종 지정단계부터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이 가능한 단체의 소상공인 구성 비중 요건을 30% 이상으로 규정한 것은, 소상공인이 대다수가 아닌 업종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둔갑할 길을 열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하면 대부분 지정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는 심의위원회 구성이나 의결 기준 등도 공정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다. 경제·기술환경 등의 변화로 적합업종 지정 해제 필요성이 생겨도 이를 요청할 권한을 중기부 장관에게만 부여한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바로잡지 않고 법을 그대로 시행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소상공인은 물론이고 진입규제를 당하는 기업들도 “누구를 위한 법이냐”고 묻는 상황이 올 것이다. 더구나 소상공인의 피해 여부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 피해를 적합업종 지정으로 회복할 수 있는지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원님 재판’으로 흐를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로 인해 시장은 축소되고, 기술개발 동기는 사라지고, 소비자는 외면하는 악순환이 초래되면 그땐 모두의 손실이 되고 만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부작용은 진작부터 제기돼 왔지만 국회가 무시하고 특별법을 덜컥 통과시킨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법을 시행해야 할 공무원들조차 “우리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놨을 정도다. 소상공인의 경영안정과 소득향상이라는 법 취지를 살리면서 규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시행령에서만이라도 합리적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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