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최저, 기업 이익 껑충… 美 패권 떠받치는 '경제 獨走'

신 팍스 아메리카나
(2) 美 경제 '나홀로 호황'

가정용 건축자재·공구업체 등
온라인몰에 밀려 고전하던 오프라인 소매업체도 高성장

화학·플랜트 공장 건설 붐
"셰일가스 덕 원료값 덜 들어"

실업률 3.9% 완전고용 상태
쇼핑몰 곳곳 '사람 구함' 표지
대규모 감세에 힘입어 미국 경제가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쇼핑객들이 워싱턴DC에 인접한 버지니아주 매클린의 대형 쇼핑몰인 타이슨스코너를 찾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미국 전역에 4400여 개 매장을 거느린 건자재 유통 기업인 에이스하드웨어는 올해 상반기 매장을 87개 더 늘렸다. 가정용 건축자재와 각종 공구를 파는 이 회사는 직원도 1300여 명을 더 뽑았다. 연말까지 미국 매장을 80여 개 더 확장할 계획이다. 존 베후이젠 최고경영자(CEO)는 “낮은 실업률에다 세금 감면 효과가 어우러지면서 가계지출이 증가한 덕분에 제품 판매가 늘고 있다”며 사업 확장에 자신감을 보였다.

에이스하드웨어 사례는 고속 성장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한 단면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경제 호황을 기반으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노선과 미국 중심의 신(新)세계질서(네오 팍스 아메리카나) 구축을 밀어붙이고 있다.
◆늘어난 소비에 기업들 호황

경기 호황에 힘입어 미국의 주요 소매업체들은 줄지어 ‘깜짝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 16일 월마트는 올해 2분기 주당순이익(EPS)이 증권사 예상치보다 6% 높은 1.29달러라고 발표했고 덕분에 주가가 9% 넘게 뛰었다. 미국 1위 건축자재 업체인 홈디포는 지난 2분기에 10년 만에 가장 많은 페인트가 팔렸다고 밝혔다.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에 밀려 쇠락하는 듯하던 오프라인 쇼핑몰이 미국 경기 회복에 힘입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는 고용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소매업 일자리는 작년 1~7월엔 4만2000개가량 줄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에 8만3000개 넘게 늘어났다. 컨설팅 회사인 커스터머그로스파트너스의 크레이그 존슨 사장은 “소매업 성장의 최대 배경은 (미국인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제조업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일대에선 셰일가스를 이용해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화학플랜트 건설이 줄을 잇고 있다. 작년 초부터 올해 말까지 완공됐거나 완공 예정인 글로벌 기업의 화학공장만 10여 개나 된다. 이 일대에서 화학공장을 짓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황진구 미국법인 부사장은 “미국은 인건비가 비싸 한국에 공장을 지을 때보다 투자비가 최대 2배가량 더 들지만 (셰일가스 덕분에) 원료를 싸게 구할 수 있어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미국에 화학공장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 붐도 일고 있다. 이종건 KOTRA 워싱턴무역관장은 “워싱턴DC 곳곳이 공사장”이라며 “몇 년 전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풍경”이라고 전했다. 기업 이익 증가세도 가파르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S&P500지수를 구성하는 대기업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24% 증가했다.
◆반세기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청년실업률미국 실업률은 ‘역사적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난 5월 실업률은 3.8%로 18년 만에 최저였다. 지난달엔 3.9%로 높아졌지만 여전히 ‘완전고용’ 상태나 다름없다. 지난달 16~24세 청년실업률은 9.2%로 7월 기준으로 1966년 이후 52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에 따라 구인난이 극심해지고 있다. 버지니아주 매클린의 대형 쇼핑센터인 타이슨스코너에 들어선 의류업체 바나나리퍼블릭은 한 달째 판매직원을 구하고 있다. 이 쇼핑센터에 입주한 상가 곳곳에서 ‘구인 중’ 표지를 붙인 상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운수업은 구인난이 더 심하다. 플로리다주에 있는 배송회사 스코틀린은 직원 임금을 4% 올렸지만 아직까지 비어 있는 일자리 20개를 못 채우고 있다.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20조4100억달러로 세계 1위다. 한국의 12배 규모다. 이런 거대 경제가 올해 2분기에 전분기 대비 4.1%(연율 기준) 성장하고 연간 3% 성장률을 넘보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김윤상 미국 주재 한국대사관 재경관은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7~1.8%”라며 “성장률이 2%만 넘어도 좋은데 올해 3% 성장을 기대하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이 내년에도 2.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다른 선진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잘해야 2%대 초반이다. 중국은 올해 2분기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이 6.7%로 전분기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하반기엔 6.5%로 더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다른 선진국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중국의 미국 추격은 더 늦어지게 됐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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