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혼탁한 주택분양시장… 청약제도 제대로 정비할 때 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이 그제 밝힌 주택법 등의 위반 혐의자 1090명의 범행 수법은 기가 막힐 정도다. 이들은 불법청약 배후 총책의 지시에 따라 위장결혼과 위장전입을 통해 243차례나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40대 남성이 친자매·사촌자매 관계인 여성 3명과 잇따라 위장결혼과 이혼을 하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런 불법행위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지난 4월에도 위장전입하거나 아파트 당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가족 수, 연 소득 등을 조작한 혐의로 50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두 사건 모두 국토교통부와 경찰이 ‘청약 이상과열’ 단지를 표본 조사해 밝혀낸 사례임을 감안하면 범법행위 중 처벌받는 경우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투기세력의 발호가 끊이지 않는 것은 주택청약제도가 너무 복잡한 데다 허점이 적지 않아서다. 주택청약제도는 지난 40년 동안 130여 차례나 바뀌었다. 그때마다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배려 등의 정책적 목표를 위해 새로운 제도와 규제를 덧칠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청약제도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여기에다 위장전입 등을 제대로 걸러낼 시스템이 없다 보니 투기세력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청약제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허점은 막되, 제도를 지금보다 단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불법행위를 막는 근본적인 대책은 서울 강남권 등 입지여건이 좋은 지역에 주택 공급을 늘려 투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당첨만 되면 그 자리에서 최고 수억원의 웃돈이 붙는 상황에서는 청약제도 정비와 불법 단속도 한계가 불가피하다. 지역적 특성과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한 제도 개선도 고려해봄 직하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과 지방의 평균 주택보급률은 105%에 육박한다. 청약 과열이 아니라 미분양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1인 가구 비중이 27.2%(2016년 기준)에 달하지만 이들을 위한 배려도 부족하다. 투명성이 높고 한층 정교한 맞춤형 청약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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