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대구를 뜨겁게 달군 DIMF와 '플래시댄스'

플래시댄스로 폐막무대 장식한 DIMF
한국 뮤지컬 산업의 새 지평 열어 가길

원종원 <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 >
4층까지 정말 한 자리도 남지 않고 입장권이 동났다.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DIMF) 폐막작인 ‘플래시댄스’가 세운 별난 기록이다.

이 뮤지컬의 원작은 1983년 발표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던 같은 제목의 바로 그 영화다. 낮에는 제철공장에서 용접공으로, 밤에는 댄스클럽에서 화려한 춤을 선보이는 무용수로 살고 있는 18세 소녀 알렉스 오웬스가 명문 발레학교인 쉬플리에 입학하려 도전한다는 설정이 주요한 줄거리다. 영화는 특히 신예였던 주인공 제니퍼 빌즈의 아름다운 외모와 화려한 춤 솜씨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예일대에 재학 중이던 그는 4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주연으로 발탁돼 청순한 매력으로 스크린을 사로잡았다. 영화는 글로벌 흥행을 이뤄냈지만 그는 플래시댄스 이후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학업을 마치는 성실함으로, 특히 우리나라 어르신(?)들 사이에선 ‘엄친딸’ 여배우로 통했다.플래시댄스가 뮤지컬로 제작된 것은 2008년 영국 데본 지방에 있는 플리머스의 시어터 로열에서다. 아무래도 노동자층과 상류사회의 계급 갈등이 남아 있는 영국에서 영화 속 이야기는 남다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덕분에 뮤지컬 공연은 큰 인기를 얻어 런던 웨스트엔드 극장가에까지 진출하는 흥행을 거뒀다. 지금은 영국과 미국 등지를 순회하는 투어 프로덕션이 꾸려지고 있다.

뮤지컬 플래시댄스의 매력은 역시 음악과 춤이다. 영화부터 워낙 큰 사랑을 받았지만, 특히 무대가 꾸며지면서 날것 그대로의 생동감과 라이브 엔터테인먼트로서의 매력이 더해져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무대용 뮤지컬로 명성을 얻게 됐다.

영화에 등장하는 추억의 팝송들을 무대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비할 바 없는 이 작품의 매력이다.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아이린 카라의 ‘왓 어 필링’, 알렉스가 자신의 거처에서 음악을 틀고 격정적으로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며 춤출 때 등장하는 노래인 마이클 셈벨로의 ‘매니악’ 그리고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던 팝 넘버인 로라 브래니건의 ‘글로리아’와 조안 제트의 ‘아이 러브 락앤롤’ 등이 무대에서도 고스란히 등장해 영화를 기억하는 혹은 그 시절 추억의 팝송을 떠올리는 중장년층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뮤지컬의 백미 역시 영화의 명장면들이다. 댄스클럽에서 의자에 앉아 쏟아지는 물을 온몸으로 맞으며 춤을 추는 댄스 시퀀스나 후반부에 나오는 오디션 장면들이 그렇다. 영화에서 멋지게 영상화됐던 이 장면들은 무대에서도 아쉽지 않은 감동을 자아낸다. 극장 로비에 기념 촬영을 위해 만든 간이 무대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관객들의 행렬에서도 뮤지컬의 열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DIMF는 올해로 열두 해째다. 플래시댄스 외에도 8개 나라에서 초청된 20여 작품이 대구 전역의 공연장에서 막을 올리며 인기를 누렸다. 공연장마다 관객들로 북적이는 풍경이 이젠 그리 낯설지 않다는 점은 무엇보다 올해 페스티벌이 달성한 큰 성과다. 게다가 뮤지컬 ‘투란도트’는 슬로바키아 계약 체결을 통해 창작 뮤지컬로서는 최초로 유럽에 라이선스를 수출하는 개가도 올렸다. 숙원 사업이던 대구 최초의 뮤지컬 전용관 건립도 곧 추진될 전망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대한민국의 뮤지컬산업이 지역 축제를 통해 어떤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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