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그랜저 위협하는 아빠차,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승차감·효율 좋은 패밀리 세단
운전 재미는 떨어져
46번 경춘국도를 달리고 있는 신형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혼다코리아)
일본 중형 세단은 수입차 시장에서 승차감과 정숙성, 그리고 내구성으로 승부한다. 혼다 어코드의 장점도 이와 비슷하다. 그래서 40~50대 남성 고객이 많고 패밀리 세단으로 인기가 높다. 그동안 편안하게 가족들과 함께 타기 좋은 승용차라는 인식을 줬다.

지난 3일 미디어 시승회에서 타본 신형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그랜저를 위협하는 아빠차'로 꼽힐만 했다. 경쟁 모델은 도요타 캠리인데 굳이 그랜저를 지목한 이유는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최근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다. 비슷한 편의사양 기준으로 가격 차이는 400만~500만원 선이어서 국산차 그랜저와 수입차 어코드를 놓고 어떤 차를 선택할지 고민하는 운전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5월 10세대 어코드 가솔린 모델 출시에 이어 이달부터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4240만원(EX-L)과 4540만원(투어링) 두 종류로 50만원 상당의 하이브리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혼다 센싱, 레인 와치 등 운전자보조시스템과 헤드업디스플레이 장착 유무에 따라 300만원 가격 차이가 난다. 신차 반응은 좋은 모양이다. 지난 6일까지 사전계약 대수가 1000대를 넘어섰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예약은 9대1 정도로 고급형에 훨씬 많은 고객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청평호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마이다스호텔리조트에서 춘천 카페보니타까지 약 80분간 시승했다. 시승 코스는 춘천을 왕복하는 경춘국도에서 주로 이뤄졌다. 혼다코리아는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성격을 감안해 편안한 주행 코스를 잡은 듯했다. 고속도로 구간이 빠져 고속주행 성능은 체험하지 못했다.

운전석 시트 착좌감은 편안했다. 시트 편안함은 장거리 운전에서 유리하다.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이 적당히 차단돼 정숙한 세단을 찾는 소비자에 잘 맞춰졌다. 노면에 맞게 감쇠력을 조정해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는 '액티브 컨트롤 댐퍼 시스템'이 적용된 것도 강점이었다. 이 기능은 주행 모드에 따라 큰 움직임에는 강한 감쇠력, 작은 움직임에는 약한 감쇠력으로 차체 자세를 안정적으로 제어해준다고 혼다 측은 설명했다.
배기량 1993㏄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145마력)은 2개의 전기모터 지원을 받아 최대 215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낸다. 시속 50㎞를 넘기 전까진 전기모터로만 달리고 엔진이 개입하지 않는 주행 구간이 많았다. 엔진이 구동에 관여하지 않을 땐 운전석 클러스터에 초록색 'EV모드'가 표시됐다. 탄력 주행에 맞춰 운전하면 EV모드는 폭넓게 활용할 수 있었다.

주차(P), 주행(D) 등 변속기 기능은 버튼 조작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신 스티어링 휠에 부착된 패들시프트로 운전 중 기어를 바꿀 수 있도록 도왔다. 초반 가속감은 풍부하지 않았다. 에코, 노멀, 스포츠 3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스포츠 주행은 엔진 사운드를 부각시켰다. 복합 연비는 L당 18.9㎞를 달린다. 효율은 좋았다. 스포츠 모드를 자주 사용하고 거칠게 차랄 몰았는 데도 청평에서 춘천까지 60㎞ 주행구간에서 평균 연비는 15.4㎞/L였다. 얌전하게 운전한 선배 기자는 L당 19㎞ 이상 달렸다.
어코드는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패밀리 세단이자 한국에서도 수입차 시장의 스테디셀러다. 그동안 '가족형 승용차'를 원하는 아빠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실내외 디자인은 이전보다 훨씬 젊게 변화를 줘 30대 젊은 층까지 사로잡으려 하고 있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신형 어코드가 젊은 층에게도 어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하지만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역시 어코드 성격 그대로였다. 제품 성격은 아빠들에게 맞춰졌다. 쿠페형 세단에 가깝게 다가선 디자인 변화은 긍정적이지만 주행 감성은 젊은 층에 어필하긴 부족해 보였다. 젊은 이들이 차량을 고를 때 중요시하는 운전 재미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패밀리 세단을 찾는 기혼 남성에게 추천한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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