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4년] ⑤ 진상규명·관련자 처벌은 여전히 진행형

검찰, 박근혜 전 대통령 '7시간 의혹' 최근 규명…관련자들 줄기소
세월호 특조위 방해 의혹도 올해 기소…유병언 차남 행방 오리무중
304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나흘 뒤면 4주기를 맞지만, 유가족을 포함한 많은 국민이 바라는 '철저한 진상규명 및 처벌'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12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2014년 참사 이후 이준석 선장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되는 등 항해사와 기관장을 포함해 10명 넘는 승무원이 징역형에 처해졌고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 등 임직원과 화물하역업체 관계자들도 실형을 받았다.

현장에 있거나 관련 업무를 맡았던 인물들은 상당수가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재난관리의 최종 책임을 져야 할 정부 인사들의 잘못을 규명하는 과정은 이제 겨우 검찰 수사가 일단락돼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단계에 있다.

대형사고에 대처할 최종 책임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은 불과 2주 전에야 검찰 수사로 사실관계의 일단이 드러났다.이 의혹은 참사 당일 첫 상황보고 이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방문하기까지 7시간 동안 박 전 대통령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는 의문에서 제기됐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과정 등에서도 첨예한 쟁점으로 다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제출한 '7시간 행적'에서 자신은 사고 후 오전 10시 첫 서면보고를 받고 15분 후 구두 지시를 내리는 등 관저에서 정상적인 대응을 했다고 주장했다.이에 앞서 2016년 11월에는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담은 '이것이 팩트입니다'를 통해 20∼30분마다 직접 유선 등으로 상황보고를 받아 업무지시를 했고, 국가안보실장과 전화를 주고받은 뒤 오후 3시 중대본 방문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많은 이들이 이런 해명이 석연치 않다고 생각했음에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 채 묻히는 듯했다.

그러다가 정권 교체 후 작년 9∼10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내 캐비닛 등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참사 당일의 상황보고 일지를 조작하고,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 변경한 자료가 발견되면서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서울중앙지검은 5개월 넘는 수사 끝에 참사와 관련한 첫 상황 보고서가 오전 10시 19∼20분께로, 이미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인 오전 10시 17분이 지난 뒤였음을 확인했다고 올해 3월 28일 밝혔다.

김장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오전 10시에 상황보고서 1보 초안을 전달받은 뒤 바로 보고하려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집무실이 아닌 관저의 침실에 머물며 전화도 받지 않아 안봉근 전 비서관이 찾아가 10시 20분께야 사고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10시 30분께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구조 지시를 내린 뒤 오전 내내 별도의 연락을 하지 않은 채 관저에 머물렀고, 오후 2시 15분께 관저에 방문한 최순실 씨 등과 40분간 회의를 거쳐 중대본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렇게 당시 청와대에서 벌어진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한 검찰은 구조의 골든타임이 지난 후에야 대통령 보고와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감춰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거짓 주장을 내놓고 보고서를 변조한 것으로 본다.
검찰은 보고 및 지시 시각을 조작한 김기춘 전 실장과 김장수 전 실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윤전추 전 행정관을 헌재에서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허위 증언한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또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상 재난 상황의 컨트롤타워를 국가안보실에서 안전행정부로 적법한 절차 없이 임의로 수정한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도 공용서류손상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박근혜 정부가 7시간 의혹을 필사적으로 감추려 한 다른 정황도 최근에야 서울동부지검의 수사로 밝혀졌다.

2015년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조사하려 하자 청와대와 해양수산부 고위 공직자들이 조직적으로 방해에 나섰다는 것이 수사 결과다.

검찰은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안종범 전 경제수석, 해수부 김영석 전 장관, 윤학배 전 차관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2∼3월 기소했다.

이들은 특조위에 파견된 공무원들에게 내부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하고,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 조사를 무산시킬 계획을 마련해 실행한 혐의를 받는다.

지시에 따라 해수부 공무원들은 박 전 대통령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마련하는 문건과 특조위의 행태를 비판하는 문건 등 다량의 대응문건을 마련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청해진해운이 속한 세모그룹 유병언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와 처벌도 아직 진행 중이다.

도피 3년 만인 지난해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강제송환된 유 전 회장의 장녀 섬나 씨는 40억원대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 돼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섬나 씨는 1심에서 징역 4년과 추징금 19억4천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55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 씨는 여전히 수사망에 걸려들지 않고 있다.

미국 영주권자인 혁기 씨에 대해 검찰은 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령을 내리고 범죄인인도를 요청했으나 혁기 씨의 소재는 드러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남미 등 제3국으로 도피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각가로 활동한 장남 대균 씨와 달리 혁기 씨는 사실상 유 전 회장의 경영 후계자로 계열사 경영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따라서 유병언 일가의 경영비리 수사를 마무리하려면 혁기 씨의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

다만 섬나 씨와 혁기 씨 외에 유 전 회장 일가는 대부분 법의 심판을 받았다.

유 전 회장의 아내 권모 씨는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유 전 회장의 형 병일 씨, 동생 병호 씨, 처남인 권모 씨도 징역형을 확정받았다.유 전 회장 본인은 세월호 참사 직후 도피생활을 하다가 2014년 6월 전남의 한 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