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승 부진 털고… 한국 봅슬레이 '은빛 피날레'

평창올림픽 폐막

봅슬레이 4인승 아시아 최초 은메달
체육교사 꿈꾸던 대표팀 4인방
"상상하던 일 현실이 됐다" 감격
< ‘새 역사’ 쓴 4인방 >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의 메달인 은메달을 따낸 봅슬레이 대표팀이 25일 강원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하는 응원단에 화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현, 서영우, 전정린, 원윤종. /연합뉴스
원윤종(33) 전정린(29) 서영우(27) 김동현(31).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 4명의 몸무게를 합치면 420㎏쯤 된다. 네 명이 제각각 100㎏을 넘는 거구들이다. 몸매가 원래부터 이처럼 ‘건강’했던 건 아니었다. 70~80㎏쯤 나가던 호리호리한 청년들이 봅슬레이 하나만 바라보며 몸을 불리고 키우다가 여기까지 왔다. 무게가 나가면 가속이 더 붙을 것이란 생각에 하루에 밥 15공기를 먹었다. 맛을 고려해 메뉴를 고른 적은 없었다. 원윤종은 “토해내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월드컵 시즌전까지 중도 포기하고 현지 적응을 위해 평창에 ‘올인’했다. 하지만 올림픽 첫 메달의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먼저 메달 소식을 전해올 것이라던 원윤종-서영우 팀이 올림픽 첫 무대인 봅슬레이 2인승에서 6위에 그쳤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한국대표팀 총감독은 “덩치 큰 원윤종이 2인승 경기를 망쳤다며 펑펑 울었다. 가서 위로해 주려다가 그냥 놔뒀다. 그렇게 해서라도 4인승에 임하는 각오가 더 단단해지길 바랐다”고 말했다.2인승의 실패가 약이 된 것일까. 꿈은 결국 4인승에서 이뤄졌다. 한국 봅슬레이팀은 25일 끝난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4인승 경기에서 독일팀과 함께 공동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팀이 1∼4차 시기 합계 3분16초38을 똑같이 기록해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원윤종은 “상상하던 일이 현실이 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감격스럽다”며 울먹였다. 네 명의 선수는 모두 체육 교사를 꿈꾸던 체육교육학과 출신이다. 원윤종은 성결대 4학년 때인 2010년 학교에 붙은 ‘썰매 국가대표 선발’ 포스터를 보고 호기심에 응시해 봅슬레이에 인생을 걸었다. 육상선수 출신인 과 후배 서영우도 2010년 봅슬레이 강습회에 참여한 뒤 인연을 맺었다.

4인승의 반란 뒤에는 연세대 체교과 출신인 김동현과 전정린의 양보가 있어 가능했다는 게 이 감독의 얘기다. 사연은 이랬다. 원윤종은 지난해 11월 월드컵 연습에서 썰매가 뒤집혀 목, 어깨, 허리, 허벅지를 다쳤다. 김동현-전정린 팀은 원윤종의 기량을 따라가기가 벅찼던 상황. 이 감독이 김동현-전정린 팀에 제안을 하나 했다. “2인승 내부 경쟁을 포기하고 4인승에만 출전하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메달 가능성이 큰 곳에 걸어보자는 얘기. 이 제안은 ‘신의 한수’가 됐다.원윤종-서영우-전정린-김동현은 4인승 경기에서 환상적인 팀워크를 과시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봅슬레이로 메달은 딴 것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처음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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