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우주선 최후의 임무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미국 델레스 국제공항의 스미스소니언 부속 박물관에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실물이 전시돼 있다. 미국이 컬럼비아호·챌린저호에 이어 세 번째로 개발한 이 우주선은 1984년부터 39차례 우주비행을 통해 허블망원경을 궤도에 올려놓는 등 수많은 임무를 수행했다. 2011년 퇴역 후 마지막 임무로 이곳에서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다.

디스커버리처럼 본체를 보존할 수 있는 우주선은 흔하지 않다. 대부분은 우주공간에서 장렬히 산화한다. 지난해 수명이 끝난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의 최후 임무는 ‘죽음의 다이빙’이었다. 20년간 우주의 신비를 밝힌 뒤 토성 대기권에 뛰어들어 불타 사라졌다.연료가 없더라도 토성 궤도를 돌게 두지 않고 굳이 불태운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있을지 모를 생명체를 우주선 내 지구 세균과 핵연료 방사성 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갈릴레오 탐사선도 목성 대기권에서 불타는 방식으로 최후를 맞았다.

귀환길에 지구 대기권에서 제 몸을 불사르는 우주선도 있다. 일본이 제작한 두 번째 무인 우주 화물선인 고우노토리 2호는 2011년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내려놓고 우주 쓰레기를 가득 싣고 돌아오면서 대기권 재진입 때 산화했다. 최후의 순간을 기록한 장치를 바다에 떨어뜨리는 게 마지막 임무였다.

무사히 귀환하는 우주선도 있다. 무인우주선은 지구로 귀환할 때 낙하산과 에어백을 이용해 남태평양 해상이나 초원 지대에 내려앉는다. 유인우주선은 대기권에 들어온 뒤 글라이더처럼 활강해 활주로에 안착한다. 떠날 때는 로켓처럼 수직으로 발사되고 돌아올 때는 비행기처럼 수평으로 착륙한다.최근에는 우주선 추진체인 로켓 회수 기술이 발달해 우주선도 재활용 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해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한 번 사용한 우주선을 다시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로켓과 우주선을 재활용하면 발사 비용을 30~50%나 줄일 수 있다. 우주개발의 패러다임도 바꿀 수 있다.

사람이 오래 머무는 우주정거장 역시 최후를 피할 수 없다. 2016년 기능을 잃은 중국의 톈궁 1호는 올해 2~4월 통제불능 상태로 지구에 추락할 전망이다. 중국의 ‘우주굴기’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한반도에 떨어질 확률도 0.4%로 계산됐다.

우주선은 첨단기술의 집약체다. 국력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그 바탕에는 탄탄한 기초과학이 있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주선의 최후 임무는 고사하고 최초 발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우주 탐사 기술은 꿈을 쏘아올리는 미래산업의 핵심 추진체이기도 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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