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경영승계 작업 생각한 적 없어…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이재용 항소심 결심공판
특검의 피고인 신문에 조목조목 반박

대통령의 감사 표시는 청년고용에 대한 것
앞으로 그룹 회장 타이틀 갖는 일 없다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대가 생각 안해
2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상대로 ‘추가 독대’와 ‘경영권 승계 작업’ 부분을 압박했다. ‘하나만 걸려라’는 특검의 평소 공소 유지 전략을 그대로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기억을 못하면 내가 치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특검의 피고인 신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부회장 “추가 독대 없었다”▷특검=2014년 9월12일 청와대 안가에서 대통령과 독대하지 않았나? 안봉근은 안가에서 피고인을 만나 휴대폰 번호를 저장했다고 한다.

▷이=(독대한 사실) 없다. 안가에서 대통령을 만난 것은 2015년 7월25일과 2016년 2월15일 두 번뿐이다. 안봉근을 만난 적도 없다. 이걸로 거짓말할 이유도 없다. 이걸 내가 기억 못하면 치매다.

▷특검=2015년 7월25일 안가에서 대통령을 만날 때 안종범 수석도 만났나?▷이=이때 안 수석을 처음 만났다. 7월 독대에서는 대통령이 먼저 자리를 떠나 안 수석이 있던 대기실에서 ‘대통령이 승마협회 일로 짜증을 내시니 당황스럽다. 누구한테 얘기해야 하냐고 (대통령께) 물었더니 답을 안 하셨다’고 (나에게) 이야기했다. 연락처를 주고받고 1 대 1로 얘기를 나눈 것도 이때가 처음이다.

▷특검=안봉근에게 줬던 번호는 2015년 7월, 2016년 2월에 안 수석에게 준 번호랑 다르다. 안 수석은 9월12일에 만나서 번호 준 것 아닌가?

▷이=9월12일 면담 없었다. 2015년 7월 이전에 안 수석을 만난 적 없다. 발신기록을 보면 안 수석 전화에 내 전화번호가 저장 안돼 있지 않았나. 9월15일 창조경제 단지 기공식을 하면서 그 행사를 준비하느라 행사 전주나 전전주에 청와대에 번호를 알려줬다고 들었다. (15일 창조경제 기공식에서 만나기 전) 만일 12일에 (대통령을) 만났으면 ‘주말 잘 보냈냐’로 인사했을 것이다. 15일 대기실에서 대통령을 처음 만나는 자리라 긴장하고 있었다.
< 법정 들어가는 李부회장 >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의 뇌물 공여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린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고등법원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1심 때와 같은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경영권 승계 작업’ 또다시 묻는 특검

▷특검=피고인은 앞으로 회장에 취임할 가능성이 큰가?▷이=앞으로 삼성그룹 회장이라는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장 타이틀은 (이건희) 회장이 마지막이다.

▷특검=피고인은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단순히 지분 확보가 아니라 경영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나?

▷이=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건 산술적인 문제고, 진정한 의미로 사회로부터 능력을 인정받는 경영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경영권 승계 작업은 필요조차 없었다는 주장)

▷특검=2015년 7월7일 홍완선을 만나서 ‘그룹 순환출자 해소’가 목표라고 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이=2008년 (이건희) 회장님 선언이다. 그 뒤로도 외신에서 ‘삼성 스파게티’라고 하면서 한국 기업의 주가 디스카운트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주주 지분으로 경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 실력으로 어떻게 비전을 보여주고 임직원들에게 인정받는지가 중요하다. 지분 몇 프로 더 갖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혁신하고 성장하면 되는 것이었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가 큰 문제는 아니었다.

승마지원 놓고 ‘부정한 청탁’ 격돌

▷특검=2016년 1월 안 수석과 통화하며 승마에 대해 감사 인사를 받았나?

▷이=대통령이 가장 신경쓰는 게 청년고용과 창조경제, 혁신성장이었다. 삼성이 청년희망펀드를 가장 많이 냈는데 그것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구에서도 하고 이후 경북 구미에서도 했었다. 삼성이 두 군데 맡아서 해줘서 고맙다. 고용 투자도 많이 해줘서 고맙다. 그런 얘기 들었다.

▷변호인=대통령이 대가성을 갖고 승마 개인 지원 등을 요구했다고 생각했나? 승계작업을 얘기 했나?▷이=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승계작업을 얘기하는 건) 말도 안 된다.

고윤상/안효주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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