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 신동빈, 1990년 한국사업 맡으며 '두각'…형보다 먼저 회장 올라

갈라진 롯데가 - 성격 판이한 한 살 터울 형제…한·일 재계 평가는

비슷한 경영수업 받았지만 한국롯데 매출, 일본의 14배로
신동주, 제과사업에 치중…그룹내 "일본 사업 정체" 인식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1998년 고향인 울산 둔기리에서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왼쪽부터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 신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아들 정훈씨, 맏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장남 신 전 부회장, 큰며느리 조은주 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큰딸 규미씨, 차남 신 회장, 둘째 며느리 시게미쓰 마나미 씨, 신 회장의 장남 유열씨와 차녀 승은씨. 롯데그룹 제공
“형은 차분한 학자 스타일인 반면 동생은 거침없는 사업가의 면모를 갖췄다.”

롯데그룹 2세로서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가 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한·일 재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한 살 터울의 형제지만 성격과 경영 스타일은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비슷하면서도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은 이번 분쟁을 계기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동생이 먼저 회장 승진

두 형제는 각각 1954년과 1955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1942년생인 이들의 누나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첫 부인인 노순화 씨에게서 태어났지만, 형제는 모두 신 총괄회장이 일본에서 재혼한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가 낳았다.

형인 신 전 부회장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이공학부를 나와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동생인 신 회장은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학원 경영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형제가 대학과 대학원 동문이다.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과정도 비슷하다. 신 전 부회장은 1978년부터 미쓰비시상사에 근무하다 1987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했다. 신 회장은 1981년부터 노무라증권에서 일하다 1988년 일본 롯데상사에 들어갔다.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신 총괄회장의 뜻에 따라 다른 회사에서 일하다 롯데에 입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형제의 길이 엇갈린 것은 신 회장이 1990년 한국으로 건너와 롯데케미칼(옛 호남석유화학)에서 일하면서부터다. 이후 신 회장은 줄곧 한국에 근무하며 코리아세븐 전무, 롯데케미칼 부사장, 롯데그룹 부회장을 거쳐 2011년 형보다 먼저 회장 자리에 올랐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에 자리를 잡았다. 일본 롯데 부사장을 거쳐 2011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됐다가 지난 1월 해임됐다. 결혼은 동생이 먼저 했다. 신 회장은 1985년 일본 다이세이건설 부회장의 딸인 시게미쓰 마나미 씨와 결혼했다.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신 회장의 가족은 일본에 살고 있으며 자녀들은 모두 일본 국적이다.신 전 부회장은 1992년 재미동포 사업가의 딸인 조은주 씨와 결혼해 외아들을 두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의 가족 역시 일본에 있지만 서울 성북동과 경기 일산에도 집이 있다.

○대조적인 경영 스타일

경영 스타일은 대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 회장은 편의점 바이더웨이, 우리홈쇼핑, 하이마트, 중국 대형마트 타임스 등 국내외에서 30여건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한국 롯데를 재계 5위 그룹으로 끌어올렸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제과사업에 치중하며 일본 롯데를 키우지 못했다. 한국 롯데의 매출은 일본 롯데의 14배에 이른다.한국 롯데가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에 진출한 데 비해 일본 롯데는 해외 진출에도 소극적이었다. 한국 롯데의 한 고위 임원은 “그룹 내에서 일본 사업이 너무 정체돼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 전 계열사의 임원직에서 해임되고 지난달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한·일 양국에 걸친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원톱 체제’가 된 것으로 관측돼 왔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동생의 롯데홀딩스 대표 취임은 “아버지가 몰랐던 일”이라고 주장하며 반격에 나서 롯데 후계구도는 속단하기 어렵게 됐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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