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편지 글로 만나는 화가 이중섭

이중섭 편지

이중섭 지음 / 양억관 옮김 / 현실문화 / 271쪽 / 1만3800원
“어제는 밝은 달을 바라보며 그대들을 향한 끝없는 사랑을 확인하고 멋진 그림을 그리리라 다짐했지요. …예술은 끝없는 사랑의 표현이라오.”

화가 이중섭(1916~1956)이 일본인 아내 이남덕(마사코) 여사와 두 아들 태현·태성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한국 대표 화가로 불리는 그가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그렸는지 보여준다.
《이중섭 편지》는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이중섭이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책이다. 지금껏 알려진 편지들의 순서를 바로잡고 새로 공개된 편지 두 편도 함께 엮었다. 편지를 보낸 시점과 겹치는 드로잉과 유화, 은박지 그림 등이 같이 실려 있어 당시 이중섭의 상황과 감정을 헤아리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1955년 서울 전시 후 이중섭은 가족에게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편지를 썼다. 하지만 시인 박용주에게 보낸 편지에선 “수금이 잘 안 돼 우물쭈물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 간극이 당시 작품인 은박지 그림을 더욱 애틋하게 만든다.아내를 위해 일본어로 쓴 편지 원본 사진을 보는 재미도 있다. 번역문으로만은 느낄 수 없는 인간 이중섭의 면면을 볼 수 있다. 이중섭은 종종 편지지에 가족을 그렸다. 재기발랄한 펜 선에서 가족과의 행복에 대한 그리움이 엿보인다. 아들에게 “내일은 재미있는 그림을 그려 같이 보낼게”라고 하고, 아내에게는 “대작을 그려내겠다”며 예술혼을 보인 이중섭은 순수한 마음으로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간 화가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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