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숙 에로우헤드 사장 "의류수입하다 광고판 제작자로 변신"

지금은 女成(여성성공)시대

외국기업에 국내 공장 연결
한때 4000만달러 수출도

회사 어려워지자 제2 창업
대형마트 매장 간판 수주
송미숙 에로우헤드 사장이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회사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송미숙 에로우헤드 사장(57)은 명함이 두 개다. 광고판 제작업체인 에로우헤드와 수출입업체인 소야인터내쇼널 최고경영자(CEO)를 각각 맡고 있다.

송 사장은 32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 의류회사 한국법인에 취직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사회에 진출한 여성이 많지 않았다. 송 사장은 “여성도 능력만 있으면 당당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이후 일본 의류회사 한국 지사장을 지낸 뒤 나만의 회사를 세우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32세에 CEO 되다

송 사장은 1989년 소야인터내쇼널을 창업했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의류 수입회사 한국법인에서 일한 노하우를 사업화하기로 한 것이다. 해외에서 제품을 수입하면서 동시에 한국에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의뢰하려는 외국 기업과 한국의 의류 제조공장을 연결해주는 ‘수입 에이전트’를 설립했다. 가죽이 유행했을 때여서 가죽 의류를 주로 취급했다.

송 사장은 주로 외국인을 상대로 사업했기 때문에 여성이라는 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상대 해외법인에 여성 인력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 회사에서 갖춰놓은 네트워크가 있어 사업하는 게 수월했다”며 “수출액 기준으로 4000만달러까지 올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광고판 제작 사업 진출

회사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한 것은 2002년이었다. 국내 인건비가 올라가면서 국내 공장의 경쟁력이 떨어졌다. 중국 현지에 사업소를 내는 등 고군분투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현지 공장들이 의류 바이어와 직접 계약을 맺기 시작하면서 에이전트 역할도 줄었다.

송 사장은 “고가 제품을 다루는 전략을 취했지만 흐름을 바꿔놓을 수는 없었다”며 “지금은 오랫동안 거래하고 있는 일본 쪽 바이어와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소야인터내쇼널이 미국 독일 등에서 수입하던 간판 부자재와 기계들도 재고가 쌓여갔다. 송 사장은 재고 설비와 부자재를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광고판 제작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2003년 에로우헤드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였다. 해외를 많이 돌아다닌 경험과 외국어 실력이 이번에도 도움이 됐다. 국내에 진출했던 프랑스 대형마트 까르푸의 국내 매장 간판 사업을 따내는 등 성과를 보였다.

◆“두 마리 토끼 잡겠다”

송 사장은 어려운 상황에서 전혀 다른 분야에 진출하면서 오뚝이처럼 사업을 꾸려왔다. 그는 “사업을 시작했을 때 여성으로서 멋진 일을 한 번 해보자는 목표를 아직 이루지 못한 것 같다”며 “여성 후배 경영인을 육성해보고 싶다는 꿈도 여전히 꾸고 있다”고 말했다.송 사장은 내년에는 에로우헤드 사업을 더 강화하겠다고 했다. 동시에 영국 프랑스 등에서 고가 의류 및 잡화 제품을 들여와 한국에서 직접 판매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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