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강사 '삽자루' 박태환의 '키다리 아저씨'로

우형철 대표, 1년간 5억 후원 "홍보 아닌 국민의 한사람으로"
지난 1년 동안 후원사를 구하지 못해 재정적으로 어렵게 훈련해온 한국 남자 수영의 ‘간판’ 박태환 선수(24·인천시청·왼쪽)가 마침내 든든한 스폰서를 찾았다.

박 선수의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한 주인공은 ‘삽자루’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수학능력시험 수학영역 스타 강사 우형철 SJR기획 대표(46·오른쪽)다. 우 대표는 17일 “앞으로 1년 동안 박 선수에게 5억원을 후원하기로 했다”며 “18일 후원 계약을 맺는다”고 밝혔다. SJR기획은 박 선수에게 먼저 5억원을 1년 동안 지원하고, 계약이 끝나면 1년 더 계약 연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새로운 후원사를 찾지 못한 박태환은 그동안 훈련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19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2013년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않기로 하는 등 힘겹게 훈련을 해오고 있다.

19일부터 예정된 호주 전지훈련도 팬들이 ‘국민스폰서 프로젝트’를 통해 모아준 7000여만원과 인천 상공회의소의 후원으로 떠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박 선수는 금전적인 걱정 없이 훈련을 펼칠 수 있는 든든한 후원군을 얻게 됐다.

우 대표가 운영 중인 SJR기획은 교육사업체로 박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큰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런 점에서 홍보 목적이 아닌 ‘순수한 스폰서’를 자처하고 나선 우 대표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 대표는 “박 선수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어린 학생들이 많은 용기를 얻었을 것”이라며 “개인의 명예만을 위해서 나가는 게 아닌데 훈련을 자비로 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제대로 박 선수를 후원해줄 큰 기업이 나타나면 바로 넘겨줄 것”이라며 “비록 20여명 규모의 작은 회사지만 그런 날이 올 때까지 박 선수를 지켜주는 가드 역할을 맡겠다”고 덧붙였다.

우 대표는 “가족들과 직원들도 박 선수를 후원하는 것에 흔쾌히 동의했다”며 “박 선수가 계속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용기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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