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길남 "北 세뇌도 두 딸 바꾸지 못한다"

'통영의 딸' 남편, 美 방문해 송환 지원 촉구

"지난 26년간 북한의 세뇌를 받았겠지만 아버지에 대한 두 딸의 감정은 결코 부서지지 않았을 겁니다"
독일 체류 중 가족과 함께 1985년 밀입북했다가 혼자 탈출한 오길남(70) 씨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한 뒤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오 씨는 "두 딸을 처음 만나게 되면 아마 이들은 아버지의 말을 거절할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같이 지내는 동안 하루하루 달라질 것이고 원래의 감정으로 돌아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유엔을 비롯해 미국, 독일 등이 나서서 두 딸과 한달만이라도 같이 지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영어로 낭독한 인사말을 통해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도움을 줬고 지금도 주고 있지만 여러분의 지원과 협조가 더 필요하다"면서 "제발 우리 가족을 도와달라"고 거듭 호소했다.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오길남 박사의 가족을 구하는 것이 517명에 달하는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라면서 "오 박사가 돌아가시기 전에 가족을 만나게 해주는 게 국제사회의 의무"라고 목청을 높여 참석한 한인 동포와 싱크탱크 관계자, 취재기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오 씨의 부인 `통영의 딸' 신숙자 씨와 두 딸의 송환 운동을 벌이는 최홍재 새누리당 은평갑 당협위원장은 "최근 이 문제가 이슈화하면서 북한이 오 씨의 두 딸을 평양으로 옮겨왔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압력이 높아질수록 북한이 이들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로버타 코언 HRNK 공동의장은 "최근 정치범수용소 등 북한 인권문제가 부각되면서 오 씨의 가족에 대해서도 국제사회가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 "유엔이 역할을 하고 비정부기구(NGO)들도 유엔과 정부를 상대로 북한에 압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주최 측은 이날 세미나에 앞서 오씨 가족의 사연을 담은 `내 가족을 구해주세요(Save My Family)'라는 영상물을 상영했으며, 어린 딸의 육성 녹음이 흘러나오자 일부 참석자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전날 뉴욕의 유엔 본부 앞에서 시위를 벌인 뒤 이날 워싱턴DC를 찾은 오씨 등은 국제인권감시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HRW)와 미국 연방의회 등 미국 조야 인사들을 만나 가족 송환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할 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huma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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