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불법구금 사실만으론 과거 판결 못바꿔"

1970년대 국보법 위반 사건 동일형 선고

영장 없이 불법구금 상태에서 수사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확정된 과거 판결을 뒤집어 무죄를 선고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서울고법 형사10부(조경란 부장판사)는 19일 1970년대 말 북한을 방문해 군사상 이익을 주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유죄가 확정됐던 박모(82.여) 씨가 낸 재심사건에서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한 재심전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우선 박씨가 옛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해 영장없이 체포된 뒤 37일간 중정 사무실에 감금돼 조사받았음은 인정했다.

하지만 "박씨가 1978년 재판 당시 북한으로의 탈출 등 일부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도 협박·고문을 받은 적은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는 점, 박씨의 남편·오빠가 일부 일치하는 진술을 한 점, 수사상황에 대한 당시 중정수사관의 진술, 월북하다 자수한 경력 등을 종합하면 박씨의 재심전 자백은 충분히 임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또 "재심전 재판에 나온 증인이 `박씨가 이북에 갔다 온 것을 부인하면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고 했고, 박씨도 검찰에서 북한에 들어가게 된 동기와 직접 다녀오지 않고는 알 수 없을 내용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박씨 자백의 진실성도 담보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반국가 단체인 북한으로 지령을 받기 위해 탈출한 뒤 북한에 군사상 이익을 주고 공작금을 받는 등 박씨의 행위는 6·25 전쟁 등으로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맞서고 있던 시대적 상황에서는 죄질이 좋지 않다"며 재심전과 같은 형을 유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박씨는 1973년 북한에 들어가 지령을 받고 공작 금품을 받아 일본에 간 뒤 조총련을 통해 북한공작원과 만나고 북한에 이로운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돼 1978년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이 확정됐다.박씨는 12년 3개월을 복역한 뒤 가석방됐으며 2009년 5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박씨가 중정에 의해 장기간 불법구금됐음은 인정했으나 가혹행위와 범죄사실 조작여부는 진술 외에 다른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진실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이상현 기자 rao@yna.co.kr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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