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을수록' 보기 좋고 '클수록' 치기 편해…스마트폰 키패드의 '창조적 모순'

이경원 교수의 재미있는 트리즈 이야기 (6)
최근 최고의 히트 제품은 단연 스마트폰,스마트탭일 것이다. 휴대폰 크기의 스마트폰이 1년여 만에 국내에서 1000만대 이상 사용되는 시대를 맞았다. 우리는 역시 대단한 정보기술(IT),빨리빨리 민족이다.

스마트폰을 쓰면서 느끼는 불편 중 하나는 자판 입력이다. A를 치려고 했는데 그 옆의 Q,W,S 등으로 잘못 눌려지는 경우가 많다. 다시 치려면 번거롭다. 왜(why) 이렇게 설계했을까 분석해 보자.A부터 Z까지 알파벳 문자들을 작은 화면에 모두 보여주기 위해서는 각 문자의 크기를 작게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A를 선택해서 치기 위해서는 A문자 키의 크기가 손가락 크기만큼 커졌으면 좋겠다. 이를 정리해 보면,A를 찾을 때는 전체 알파벳을 다 보여주기 위해 A키의 크기는 작아야 한다. 그러나 A를 누를 때는 커야 편리하다. 이렇게 상반된 요구를 트리즈에서는 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해서 '물리적인 모순(physical contradiction)'이라고 부른다. 이럴 때는 시간으로 분리해서 각각의 상반된 요구를 만족시켜 주는 아이디어를 찾아 보라고 그 사례들과 함께 가이드해 준다. 이를 스마트폰에 적용해 보면,처음 화면은 키의 크기를 작게해 다 보여 주지만,시간이 지나 그 키를 누르는 순간이 오면 원하는 키를 크게 보여 주는 식이다.

삼성전자에서 몇 년 전 스마트폰보다 더 작은 손목시계 형 전화기(watch phone)를 개발했다.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이 트리즈 원리를 배우고 그 아이디어를 적용,신기술을 만들어 특허 출원했다. 첫 화면에서 모든 알파벳 키는 작게 해서 다 보여주고,손가락 끝이 A키 근처에 가면 이를 센서로 감지해서 A키 근처의 Q,W,A,S 키 4개를 키워 누르기 좋게 확대해서 보여 준다. 사용자는 크게 확대된 알파벳 4개 Q,W,A,S 중에서 A를 누르면 된다. (그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멋진 아이디어 아닌가. 몇 시간의 트리즈 교육을 받은 뒤 '시간에 의한 분리'로 첨단 정보통신 제품의 원천 특허 기술 아이디어를 확보한 것이다. 필자는 10여년 전 이런 개념을 트리즈 원리를 활용해 찾은 뒤 한 IT 벤처 기업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그러나 그 회사는 기술적인 어려움을 얘기하면서 필자의 아이디어를 활용하지 않았다. 어쩌면 애플 등 다른 IT 선진 기업이 필자보다 먼저 아이디어를 내 터치패널에 이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확보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의 벤처 기업이 이런 아이디어를 기술로 개발하고,특허를 내고,상용화했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 요즘 이 기업이 어렵다는 말이 들린다. 그때 사장을 맡았던 사람도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창의 · 창조의 시대에는 성숙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실행에 옮겨서 구체적인 결과물을 창조해야 한다. '창의×실행=실제 결과물의 창조'라는 수식에서 아이디어만이 아니라 실행이 곱해져야 큰 결과물이 나온다. 어느 하나라도 제로(0)이면 최종 결과물도 제로다.

이경원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 한국트리즈학회 총무이사 lkw@kp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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