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무상급식 명분 좋지만…재원 마련 방법 있나"

● 윤증현 재정 '포퓰리즘' 비판
과천~광화문 오가기도 벅차
세종시로 부처 이전 비효율적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5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무료급식 확대와 세종시 수정안 반대 등에 대해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해가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기 1년을 넘긴 시점에서 강만수 전 장관(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짜놓은 큰 트랙을 따라가고만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윤증현의 색깔이 없어도 경제만 안정적으로 간다면 누가 만든 틀로 가도 상관없다. 정치인도 아닌 만큼 개인적인 것을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

▼포퓰리즘 사례로 무료급식을 꼽았는데.

"경제는 효율을,정치는 형평과 자유를 중시한다. 기본적으로 충돌하게 돼 있다. 무료급식만큼 정치적으로 (명분이) 좋은 것이 없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로 가는 것도 아니고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정무적으로 판단하라는 사람도 있지만 원칙 없이 적절히 타협하는 것이 정무적 판단이라면 나는 거부한다. "▼전 · 현 정부에서 다 일했는데,포퓰리즘의 예로 세종시를 든 이유는.

"경제부처는 시장 한가운데 가 있어야 피드백이 가능하고 살아 있는 정책이 나온다. 과천 정부청사에서 종합청사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하루에 두 번만 다녀가면 얼이 빠진다. 이 비용을 계량화한다면 말로 할 수 없다. 세종시 부처 이전 주장은 수요자나 공급자 입장에서 비효율적이다. "

▼금호그룹 처리와 관련해 "정부와 채권단은 가능하면 회생하는 방향으로 끌고갈 것"이라고 했다. "전망 있는 기업이라면 가능한 한 살리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에서 말한 것이다. 금호타이어는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채권단의 판단을 거친 것이다. 노조에서 아직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데 광주 상공회의소에 노조를 설득해서 동의서를 내는 데 협조해달라고 부탁했다. "

▼경제위기는 극복했지만 고용과 성장전략의 부재로 '절반의 성공'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적절한 투자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고용장려금 고용유지금은 지원책이 될 순 있지만 일자리 창출의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다. 정부와 우리 사회가 기업의 성장모델을 제시하고 규제는 풀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일반의약품(OTC)의 판매 규제다. 왜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처방전이 필요 없는 소화제나 두통약 등을 못 사게 하는가. 이 규제를 풀면 기업 매출도 훨씬 늘어날 것이다. "▼임금피크제가 논란이다. 50대 아버지와 20대 아들 중 누구에게 일자리를 주겠는가.

"50대 아버지 한명을 채용하기보다 젊은 사람 서너명 고용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고용총량을 다 늘릴 수는 없다. 일률적인 정년 연장은 곤란하다. 그래서는 생산성과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다. "

▼영리의료법인에 대한 허용과 관련해서 진전이 없는데.

"군불을 계속 때야 된다. 그러면 뜸도 들여지고 밥도 언젠가 될 것이다. 동참해달라."

▼경인운하 4대강 사업 등에 소요되는 재정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떡할 것인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시절 우주선을 쏘아 올릴 때 반대가 많았다. 이때 케네디 대통령이 '오늘이 중요하지만 내일은 오늘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4대강은 지금까지 방기해 왔다. 미래를 위해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 "

▼한은 총재는 어떤 사람이 와야 하는가. "금융의 전문 지식과 도덕적 인품이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 글로벌 시각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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