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맞춤형 위암 치료제 개발 본격화

연세암센터·서울대병원 내주 MOU
김모씨(50)는 비소세포성 폐암(NSCLC) 말기 환자로 진단받았지만 수술 시기를 놓쳐 생명이 위태로웠다. 기존 치료제로는 효과가 없었던 차에 임상시험에 참여,극적으로 회생했다. 화이자가 개발한 폐암 신약후보물질인 'PF-02341066'을 1주일간 투여받고 나니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며칠 만에 사라졌다. 2주 후에는 폐암의 크기가 줄어든 것이 엑스레이로 확인될 정도로 증상이 호전됐다.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이런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고 PF-02341066이 모든 비소세포성 폐암에 잘 듣는 것은 아니다. 의료진에 따르면 이 중 오직 3~4%에만 드라마틱한 효과를 낼 뿐 나머지 환자에게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개인차를 고려한 맞춤 항암제의 위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의료계가 향후 10년 후 본격화될 맞춤항암치료 시대를 위해 신약개발 및 치료법 혁신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같은 종류의 암에 인종별 유전자별 병기(病期)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기계적인 치료를 해온 결과 효율성은 떨어지고 부작용은 컸던 데 따른 반성이다. 이에 따라 위암 간암 자궁경부암 등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을 중심으로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 임하고 있다.

연세암센터와 서울대병원은 다음 주 모 다국적 제약사와 함께 한국인에 가장 많은 위암의 맞춤형 항암제 신약 개발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제약사가 제시한 10여개의 신약후보물질을 대상으로 0기 임상(항암제 표적에 대한 반응 여부 탐색)을 실시,이 중 가장 유력한 물질을 선정한 다음 1상 임상(소수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안전용량의 범위,약물대사,대강의 유효성 검토) 연구까지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현철 연세암센터 원장은 "임상시험 단계 중에서도 고난도인 0기,1상 임상연구를 맡게 된 것은 한국이 맞춤치료에 적합한 표적치료제를 개발할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항암제의 인종별 · 유전자별 감수성(치료반응 효과) 차이가 속속 밝혀지면서 이를 맞춤치료에 활용하는 방법도 차츰 모색되고 있다. 정 원장팀은 항암제 파클리탁셀이 위암 환자에 듣는 감수성이 아시아인은 38%에 불과하지만 비(非)아시아인은 75%나 된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폐암치료제 '이레사'는 아시아인에 대해서는 65~70% 수준의 치료 반응(암이 더 이상 크지 않음)을 보이지만 비아시아에서는 미약한 것으로 연구돼 있다. 정 원장은 "인종별로 감수성은 높지만,부작용은 적은 항암제를 선별함으로써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연세암센터의 경우 30여종 항암제를 대상으로 인종별,암유전자별 치료 감수성을 테스트한 자료를 축적해놨다"고 말했다. 삼성암연구소도 2003년부터 위암 환자의 개인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 필요한 유전자 분석을 진행,내년 여름까지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또 맞춤치료의 효과를 높이려면 수술 · 비수술 환자로만 구분해 보살필 게 아니라 병기까지 고려한 후속치료 매뉴얼이 나와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환자 식사도 예방,치료, 회복 단계별로 달라야 한다. 연세암센터는 이 같은 니드를 충족시킬 '암 치료에 꼭 필요한 암 식단 가이드'를 오는 23일 출간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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