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 포럼] 윤증현 재정 "내수시장 더 키워 수출의존형 경제 구조 바꾸겠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에게 듣는다
규제 획기적으로 없애 서비스산업 적극 육성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 참석해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로 대외 의존도가 높아 바깥 변수에 많이 휩쓸리고 있다"며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올리고 구조조정을 촉진해 내수시장을 더 키우는 쪽으로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 구조조정 및 성장잠재력 확충▲정갑영 연세대 교수=각국이 위기 이후에 시장에서 좋은 위치를 점하기 위해 자국 산업을 육성 내지는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세계무역기구(WTO)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전략 산업을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윤증현 장관=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동차 산업처럼 국내 산업 전반의 '백본(기간망)' 또는 인프라가 되는 분야는 놓치지 않도록 지원하겠다. 다만 기업의 자구 노력이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지원한다는 게 원칙이다. 해운 조선 건설업도 마찬가지다.

▲정 교수=위기 때는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게 많다. 규제 완화,서비스산업 개혁 등이 그렇다. 정부가 오랫동안 얘기해 왔는데도 잘 안 됐다. ▲윤 장관=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일반의약품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문제다. 자양강장제 소화제 두통약 등은 의사의 처방 없이 팔 수 있다. 외국에서는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도 판매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게 허용이 안 된다.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로 규제 완화가 쉽지 않다.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장=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을 늘리면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더디게 하는 딜레마가 생긴다. 반대로 재무적인 것만 보고 퇴출을 결정하면 지식 인력 기술력 등에서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이 사장되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진병화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중소기업 보증 확대로 도덕적 해이나 퍼주기식 보증 같은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기보를 포함한 공적 신용보증기관들이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서 사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자산관리공사(캠코)가 부실 채권을 인수하는데 공적자금이 지원되는 게 아니고 자기자본 범위 내에서 하고 있다. 개별 금융회사에 실효성 있는 도움이 될 것인지 의문이다.

▲윤 장관=공적자금을 통한 부실 채권 정리 문제는 외환위기 때와 상황이 달라서 내부적으로 어떤 방안이 좋을지 논의하고 있다.

# 외환시장▲임 회장=정부는 환율 정책 기조를 어떻게 잡고 있나.

▲윤 장관=환율은 경제의 기초 펀더멘털과 시장의 수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다만 어느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심하거나 투기 세력이 개입하고 있다는 확신이 선다면 정부는 움직일 것이다. 외환시장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한 · 유럽연합(EU) 통화 스와프 체결 문제나 한 · 미,한 · 일 간 통화 스와프 연장 또는 확대와 관련해 협상에 진전된 사항이 있나.

▲윤 장관=상대가 있는 문제라서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다만 실패하는 것도 있지만 성공하는 것도 있을 거라는 말씀을 드린다.

▲민상기 서울대 교수=외국인에게 국채 통안채 투자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를 면제해주기로 했는데 시점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투기 자본의 급격한 유출 · 입에 따른 위험 방지 대책이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닌가.

▲윤 장관=홍콩 등 인접 경쟁국이 전부 원천징수를 면제해주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아서 채권투자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부작용이 크다면 언제든 다시 검토하겠다.

# 일자리 · 교육

▲이영선 한림대 총장=대학 교육여건 개선을 포함한 이른바 교육뉴딜을 본격적으로 전개해보는 게 어떤가.

▲윤 장관=대학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지금과 같은 대학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이끌어 갈 사회를 상상하면 끔찍하다.

▲이원덕 삼성경제연구소 고문=청년인턴을 뽑아도 대기업에는 지원자가 몰리지만 중소기업은 사람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업대책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미스매칭(불일치)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윤 장관=현재 85%에 달하는 대학진학률이 이러한 미스매치 문제를 만드는 데 한몫하는 것 같다. 너무 높은 수치다. 대학에 대한 지원과 구조조정이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순자 인하대 교수=공공기관에서 인턴을 뽑아놓고 무슨 일을 시켜야 할지 몰라 효율적으로 인력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윤 장관=애초에 인턴 문화라는 게 없어서 뽑아 놓고도 어떤 일을 시켜야 할지 막막해하는 것 같다. 결국 기관장이나 최고경영자(CEO)가 인턴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청년인턴제의 성패가 갈릴 것 같다.

# 소통 문제

▲강혜련 이화여대 교수=외신에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비관적으로 보도하면 국민은 불안하다. ▲윤 장관=국내외를 막론하고 의사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낀다. 솔직함과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시장에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되도록 하겠다.

정리=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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