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정치외풍'안통했다 ... 대한체육회장에 예상깨고 이연택씨 당선

'코드 인사' 파문을 겪은 대한체육회 새 회장에 정치색이 없는 이연택 전 회장(72)이 당선됐다.

노무현 정부의 신임이 깊었던 김정길 전임 회장이 새 정부와 마찰 속에 중도 사퇴하면서 신임 회장 선출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의외로 실무형 인물이 당선돼 귀추가 주목된다.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36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이연택 회장이 총 53표 중 33표를 획득,19표를 얻은 이승국 한국체육대학교 총장을 누르고 새 회장에 뽑혔다.

이 회장의 당선은 체육계에서 '이변'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천신일 대한레슬링협회장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 총장을 큰 표차로 앞섰기 때문이다.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에서 이 총장을 지원한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소문'에 그치고 말았다.

쇠고기 협상 파문 등으로 어수선한 정부가 체육회장 선거를 방임하고 있는 사이 체육계가 정치색을 차단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으로 표를 끌어모은 것으로 보인다.그는 공단 기금(지난해 말 현재 7500억원)은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체육회가 땀흘려 번 돈이며 원래 주인인 체육회가 돌려받아야 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회장은 당선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체육회는 이제 자주와 자율,자립,자생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며 "정부 보조금이나 기부금에 끌려다니기보다는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통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잔여 임기인 2009년 2월까지 9개월간만 재직한 후 물러나겠다고 밝힌 것이 당선에 도움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정부가 눈앞에 닥친 베이징 올림픽을 경험 많은 이 회장 지휘 아래 치른 후 차기 회장을 내년 초에 다시 뽑겠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총무처 장관과 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 회장은 국민체육공단 이사장과 2002년 한ㆍ일 월드컵축구 공동조직위원장,제34대 대한체육회장 등을 두루 거쳤다.

그러나 2002년 제35대 체육회장 선거 과정에서 판교 인근 토지를 헐값에 매입했다는 혐의로 김정길 전 회장에게 패하고 유죄를 선고받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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