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메릴린치 93년만에 '외부수혈'

존 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 유로넥스트 최고경영자(CEO.52)가 세계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의 새로운 CEO로 선임됐다.

메릴린치의 존 테인 영입은 성장위주 전략을 취해온 월가 금융회사들이 리스크관리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NYSE는 존 테인 후임에 골드만삭스에서 지난 2월 영입한 던컨 니더라우어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48)를 선임해 골드만삭스가 월가 'CEO 사관학교'임을 입증했다.

메릴린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대규모 손실에 대해 책임을 지고 지난달 30일 물러난 스탠리 오닐 전 CEO 후임에 존 테인을 선임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존 테인은 메릴린치의 93년 역사상 첫 외부출신 CEO로 12월부터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메릴린치가 당초 CEO 후보로 고려하던 대형 투자회사인 블랙록의 CEO인 래리 핑크 대신 존 테인을 영입한 것은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정착사키는데 존 테인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존 테인은 MIT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MBA(경영학석사)를 받았다.

전자공학도 출신답게 평소 그의 업무는 꼼꼼하고 빈틈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또 골드만삭스에서 1985년부터 1990년까지 모기지채권 업무를 맡아 모기지채권의 위험관리에도 일가견을 갖고 있다.

채권트레이더로서 명성을 쌓은 래리 핑크가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데 비해 존 테인은 위험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가졌다.

여기에 2004년부터 NYSE의 CEO를 맡으면서 유럽의 유로넥스트를 합병하는 등 NYSE를 진정한 세계 최고 증권거래소로 성장시킨 추진력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월가는 평가하고 있다.스탠리 오닐 전 CEO는 2002년 CEO에 취임한 이후 자산 확대와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공격적인 확장전략을 취해왔다.

높은 수익을 위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도 대거 사들였다.

그 결과 메릴린치는 3분기에만 84억달러의 채권을 상각처리했으며 93년 회사 역사상 최대인 22억4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리스크관리에 중점을 두는 방어적 전략으로 서브프라임 관련 피해가 적었다.

메릴린치가 이를 본보기로 삼아 존 테인을 영입함으로써 다른 월가 금융회사들도 리스크관리에 중점을 둔 전략으로 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존 테인은 이날 "메릴린치는 다양한 분야에서 큰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며 "유일한 문제인 서브프라임 관련 문제를 해결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씨티그룹으로부터도 영입제의를 받았으나 성격이나 경험과 어울리는 메릴린치를 택했다"고 덧붙였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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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테인 약력

△일리노이주 앤티오크 출생(1955년생)

△MIT 졸업(1977년)

△하버드대 MBA(1979년)△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뉴욕증권거래소 유로넥스트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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