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이 삼성전자 석박사 가르친다

삼성전자 무선통신사업부 신입 연구원 21명은 요즘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있는 엠디에스테크놀로지(대표 김현철)로 출근,하루 8시간씩 강의를 듣고 있다.

내용은 전자제품 부가기능 탑재 프로그램인 '임베디드 솔루션' 개발과정. 이들은 이 강의를 통해 DMB폰,PDA,포켓PC 같은 휴대 멀티미디어 기기에 적용하는 임베디드 솔루션 개발의 기반 기술을 익힌다.2월 입사자인 황성희씨(25)는 "프로그램을 짜 휴대폰 하드웨어를 구동하는 것부터 버그(오류)를 잡는 법을 배운다"며 "대학에서 접하기 힘든 실무교육이다 보니 과외를 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직원 173명에 불과한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인 엠디에스테크놀로지가 임베디드 분야에서 확보한 기술을 앞세워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의 교육을 맡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 김현철 대표는 3일 "지난해 초 삼성전자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위탁교육 계약을 맺고 2년째 전문 기술교육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세계적 수준의 내부 교육기관을 가진 삼성전자가 연구개발 분야 직원들을 외부의 작은 벤처기업에 보내 교육을 받도록 한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그룹 인력개발원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과 교육기자재 제작능력 등을 심사한 결과 맞춤교육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 기술 교육에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최근 LG전자 SK텔레콤 현대자동차 팬택 등도 참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석박사급 500명을 포함해 총 7000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고 말했다.

1994년 설립된 엠디에스테크놀로지가 이처럼 글로벌급 국내 대기업들의 '기술사관학교'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임베디드 솔루션 분야에 특화하며 쌓은 높은 기술력에서 비롯한다.이 회사는 그동안 휴대폰과 전자제품 자동차 등의 임베디드 솔루션 개발과 시험,계측에 주력해 왔다. 이를 통해 모바일 통신기기 운용시스템인 'NEOS'를 국내 처음 개발,올해 신SW상품대상 정통부장관상을 수상했다.

특히 이 기술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국내 업체로서는 유일하게 '골드파트너'로 선정됐다. 고객으로는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를 비롯 NEC,NTT도코모,노키아 등 전세계 800개사에 이르고 있다.

김 대표는 "처음 솔루션이나 툴을 팔 목적으로 강의를 시작한 게 알음알음 수요가 늘어나면서 교육이 사업화로까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총 336억원. 이 중 교육을 통해 올린 매출은 10% 정도다.

그는 "교육사업은 수익보다 여전히 기술력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교육예산이 절대 부족한 중소기업용 커리큘럼도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엠디에스는 이달 말 300명 미만의 중소IT 업체들을 대상으로 4주간의 임베디드 솔루션 관련 무료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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