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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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에서 푸른 물이 나온다 해서 물푸레나무,꽃에서 노루오줌 냄새가 난다 해서 노루오줌나무,늘 잘났다는 티를 내면서 동네 어귀에 서 있다 해서 느티나무,떡을 찔 때 시루 밑에 깔았다 해서 떡갈나무,도토리 묵을 임금님 수라상에 올렸다 해서 상수리 나무.이렇듯 재미있는 나무이름들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나무마다의 특색도 흥미롭다.
물을 좋아하는 버드나무는 독이 없어서 도마나 젓가락으로 사용했고,또 아스피린과 같은 진통성분이 있어 진통제로도 사용했다.
이순신 장군이 무과시험을 보던 중 말에서 떨어졌을 때 다리에 버드나무 껍질을 동여맸다는 일화는 이래서 수긍이 간다.
느티나무는 양기가 많아 음기가 센 괴산에 심어졌다고 하는데 괴산의 '괴'자는 바로 이 느티나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더디게 자라는 회양목은 속이 꽉 차서 도장이나 호패에 쓰였지만 그 나무 밑의 물은 먹지 말라고 했다.
석회질이 많은 땅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메타세콰이어는 멸종위기에서 구해져 지금은 인기있는 가로수로 자리매김되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온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고 있다.
그렇기에 숲의 역사는 곧 우리 삶의 역사이기도 하다.
숲이 가르치는 교훈도 되새겨볼 만하다.
숲은 나무들끼리 경쟁하는 치열한 공간이면서 한편으로는 서로가 어울리는 조화의 현장이기도 해서다.
무엇보다 숲은 자연파괴로 지구가 몸살을 앓으면서 그 가치가 더욱 돋보이고 있다.
숲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숲 해설가'자격증 제도가 도입된다는 소식이다.
지금까지는 일부 민간단체에서 숲 해설가를 양성하기는 했지만,어제 국무회의에서 '산림문화·휴양 법률안'을 의결함으로써 앞으로 산림과 관련된 각종 프로그램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숲과 사람을 이어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숲 해설가는 숲을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고 나아가 자연을 보는 안목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명으로 상처받은 숲을 아끼고 보존하는 일이야말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우리의 보금자리를 찾는 첫 걸음이 아닐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