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살해 현장서 범인 족적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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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구기동 일가족 살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0일 범행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족적을 발견,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집 안에서 주인 고모(61) 씨 가족의 것이 아닌 운동화자국을 찾아냈다"며 "현재까지 발견된 발자국이 하나여서 범인은 1명으로 추정되지만 공범이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밤새 고 씨 가족의 친지 및 주변 인물들을 불러 수사를 벌였으나 사건 해결에 필요한 뚜렷한 단서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경찰은 또 이웃들의 증언과 사체 발견 당시 체온 등을 종합할 때 사망 시각이 9일 오전 10시~낮 12시로 추정됨에 따라 이 시간대에 고 씨 집을 출입한 사람들을 찾고 있다.
특히 경찰은 집 안에 보관 중이던 현금이나 통장 등이 없어지지 않고, 외부인들이 장롱 등을 뒤진 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뤄 평소 원한관계에 있었던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고 씨가 지난 95년 불황으로 사업을 그만 둔 뒤 숨진 아내 이모(60) 씨가 가계경제를 전담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이 씨가 금전거래 과정에서 원한을 샀을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이날 중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고 씨 집 전화와 가족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조사, 최근 접촉 인물들을 파악할 예정이다.
한편 고 씨가 사건 당일 귀가했을 당시 집 지하에는 2년 째 노모와 함께 세들어살아온 한모(24) 씨가 잠자고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한 씨는 경찰에서 "선후배들과 PC방에서 이틀 밤을 보낸 뒤 9일 오후 1시께 집으로 들어와 곧바로 잠을 잤고, 이날 오후 7시께 경찰들이 깨워 일어났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뚜렷한 일자리가 없는 한 씨가 최근 신용카드회사로부터 5천여만원을빌렸다 상환하지 못해 빚 독촉에 시달려왔고, 오는 12월 중순께 전세 계약이 만료돼이사갈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