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日언론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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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정상회담 결과를 보도한 18일 아침 일본의 언론은 납치피해자 8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예외없이 머리기사로 올렸다.
언론은 비탄에 잠긴 피해자 가족들의 표정과 시민들의 분노를 통해 북한의 야만적 행위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납치된 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다 이마에 주름이 도랑처럼 파이고 가슴은 숯덩이가 돼버린 늙은 아버지의 눈물,어떻게 이런 일을 당하고도 총리는 공동선언에 서명할 수 있었느냐고 절규하는 납치피해자의 형…'
언론이 담아낸 가족들의 비애와 분노는 열도를 울리고 국민들의 가슴을 적셨다.
고이즈미 총리도 굳은 표정으로 '통한의 극치'라는 말로 아픔을 달랬다.
납치피해자에 대한 일본 사회와 언론의 분노는 제3자 시각에서 볼 때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발 뒤로 물러나 생각해 보면 일본 언론의 보도태도는 개운치 못한 구석을 남겼다.
언론은 납치피해자에 집중한 나머지,회담 성과와 의미를 제대로 비춰주지 못했다.
납치사실을 잡아뗐던 북한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다짐했다는 것은 현장을 취재한 일본 기자들도 놀랐을 만큼 엄청난 변화다.
속마음까지 캐볼 수는 없지만 미사일실험 동결과 핵사찰 국제합의 준수를 약속한 북한의 태도는 경제난 타개를 염두에 둔 카드라 해도,지역안정과 긴장완화에 플러스 효과를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북·일 두 정상이 대화로 일궈낸 역사적 성과는 별로 빛을 내지 못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납치자 문제에 대한 뿌리 인식이다.
언론은 한결같이 북한을 비난했다.
납치라는 야만적 행위에 대해 북한은 인류공동의 이름으로 규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캐들어가면,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냉전이 원인으로 박혀 있다고 지적한 기사는 극소수였다.
"납치피해자 가족의 기자회견을 보고 있는데 불현듯 일제 때 징병·징용으로 끌려간 조상들의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주위의 교민 한사람이 무심코 들려준 한마디는 언론이 균형 감각과 정확한 역사인식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일깨워 준 '원 포인트 레슨'이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