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속의 첨단과학] (3) '흠경각루'..천문시계 '최고 걸작품'

동아시아의 천문시계는 일찍이 중국 한나라의 장형이 처음 만든 이래 수동 구동장치를 갖고 시간 측정뿐 아니라 천체의 운행을 기계적으로 재현한 매우 독특한 형태의 시계였다.

이것들은 상당한 규모의 기계시스템으로서 시간 측정 및 기계제작 기술 수준을 대변하는 것이었는데 대부분의 경우 왕조가 가장 흥했을때 하나 정도씩 제작됐다.그 중에서도 조선 세종 때에 만들어진 흠경각루(欽敬閣漏)는 동아시아 천문시계의 최고 걸작이라 할만큼 구조의 정교함과 시보 기능의 다양함이 돋보이는 것이었다.

흠경각루는 한 가운데 솟아 있는 일곱 자(약 1.4m) 높이의 산 주위에 평지가 펼쳐진 모습이다.

종이를 발라 만든 산의 상하 사방에 천문시계의 각 부분이 골고루 배치돼 있다.우선 산허리 위로 뜨고 지는 해는 계절에 따라 고도와 방향이 바뀌도록 돼 있으며 산중턱에는 4명의 옥녀(玉女)와 사신(四神)이 하나씩 짝을 이뤄 동서남북에 자리잡고 하늘의 시각을 땅에 전하고 있다.

산기슭에서는 12쌍의 지신과 옥녀가 산을 둘러싼 채 시각에 맞춰 교대로 땅 속에서 솟아오르면서 하늘의 시각을 받아들이고 있다.

주변의 평지에는 농촌의 사계절을 모형으로 만들어 사방에 늘어놓았다.남쪽 산기슭에 돈대를 쌓아 사신과 무사 모양의 인형으로 종 북 징의 소리를 울리게 해 12시와 경점을 알렸다.

이렇게 산마루로부터 평지에 이르기까지 천 지 인을 적절히 배치한 것은 오직 장영실의 흠경각루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내부의 작동기구가 정교하게 설계됐기에 가능했다.흠경각루에 발휘됐던 선진 기계 기술은 현종 10년(1669년)에 이민철과 송이영의 손을 거쳐 새로운 형태의 혼천시계로 부활했다.

한영호 건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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