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브랜드] 독일산 '질 샌더' 패션가 시선 .. 절제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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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장당 월평균 2억원의 높은 매출을 올리며 패션가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질 샌더(Jil Sander)는 수입 명품 시장에서 여러모로 특별한 위치에 있는 브랜드다. 먼저 명품으로 꼽히는 수입브랜드중 보기드문 독일 태생이라는 점이 그렇다. 현재 고가수입품 시장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브랜드가 거의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 브랜드로는 에르메스, 크리스찬 디올, 루이비통 등이 있고 이탈리아 브랜드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라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등등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굳이 다른 나라의 브랜드를 찾아보더라도 미국의 캘빈클라인과 센존 정도에 그친다. 독일 패션은 프랑스, 이탈리아와 같은 유럽권이면서도 국내 소비자들에게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97년 질 샌더가 한국 시장에 상륙하면서 비로소 독일 패션의 실용주의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질 샌더가 특별한 이유의 또 하나는 30~40대 여성을 매니아 소비자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백화점 명품담당 바이어는 "질 샌더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좋아하는 젊은 패션리더들에게도 인기있지만 특히"상류층 주부고객"으로부터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매장을 오픈한 97년 8월이후 한때는 "질샌더계"라는 수입명품을 사기 위한 신종계가 유행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 브랜드의 옷을 사기 위해 삼삼오오 짝지어 계를 만드는 것이 유행처럼 퍼졌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젊은 여성들이 고가 수입명품을 사기위해 샤넬계, 구치계 식의 모임을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이같은 현상은 국내에서 보기드문 일이다. 실제로 주부들 사이에 얼마만큼 질샌더계가 성행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오픈후 지금까지 월매출 2억원을 계속 유지했다는 사실은 이 브랜드의 높은 인기를 재는 잣대가 되기에 충분하다. 질 샌더가 중년 여성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인체특성을 이해한 완벽한 패턴으로 여성고객들의 잠재적 불만을 해소해 주기 때문이다. 중년에 접어든 여성들의 가장 큰 고민중 하나는 갑작스런 체형의 변화다. 몸이 불어나면서 옷의 실루엣도 살아나지 않고 날씬해 보이는 옷을 입으면 움직이기 불편한데 질 샌더는 바로 이점을 주목한 것이다. 질 샌더의 단골고객인 한 유명어나운서는 "보통의 정장은 팔을 높이 들어 올리면 겨드랑이가 당기고 꽉 끼는 등 불편하지만 질샌더를 입으면 이상할 정도로 편하고 날씬해 보인다"고 예찬론을 편다. 질샌더는 한치의 오차도 없는 패턴과 간결한 실루엣, 극도의 자제된 표현 등현대적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선구자로 꼽힌다. 디자이너 질샌더는 "가장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가장 적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철학아래 "순수"와 "절제"를 자신의 패션언어로 고집해왔다. 그 결과 자연스러운 니트,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재킷과 바지 등은 질 샌더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한국 에이전시인 지현통상은 서울 청담동 전문점외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여성복을, 갤러리아 백화점 압구정점에서 남성복과 여성복을 취급중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