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포츠의 상업주의 .. 엄낙용 <관세청장>

요즈음 세계는 온통 월드컵 열풍에 휩싸여있다. 본래 축구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운동종목이지만 국가간의 대결이라는 점이 상승작용을 부르는 것 같다. 스포츠를 "살륙이 없는 전쟁"이라고 한 견해에 따르면 세계각국이 월드컵이라는 세계대전에 자국의 전사들을 파병하고 그 전투의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같이 스포츠로 전세계를 들끓게 하는 가장 큰 힘은 위성방송 등 TV기술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관심있는 시합의 결과를 신문이나 라디오 또는 TV재생화면만으로 보게 된다면 이야기는 많이 다를 것이다. 이번 월드컵을 TV로 시청하는 연인원은 약 3백40억명, 결승전만 약 17억명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전세계 인구의 4분의1 이상이 같은 시간에 같은 TV화면앞에 모여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같은 대중의 관심은 기업들에 다시 없는 광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에는 콜라 체육용품 컴퓨터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앞다투어 공식인정을 받기 위해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방영권을 따내기 위한 방송사간의 경쟁 역시 갈수록 치열해지고방영권료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방영권료는 아직 TV방송기술이 일천했던 1948년 런던올림픽때 BBC가 1천파운드를 지급한 것이 최초라고 하는 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방영권료는13억달러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마이클 조던이나 타이거 우즈는 이제 미국만의 스타가 아니고 전세계를 상대로 한 기업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엄청난 돈의 물결이 스포츠의 영역을 가득 채우고 흐르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스포츠와 상업주의를 엄격히 분리했던 과거를 완전히 잊고 있다. 그러나 이 사회의 모든 가치가 금전적 가치만으로 급속히 일원화되는 것은인류 정신문화가 회복할 수 없이 오염되고 있는 징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부질없는 감상일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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