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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계 강타한 '북한 광명성호 쇼크'] 실패하면 여론 뭇매…'나로호 올인'하다 독자엔진 10년 늦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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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후 북한, 수차례 장거리 로켓 실험
    김정은 체제 들어 총력동원

    한국, 한정된 예산으로 투자…실패시 여론 반발 큰 부담
    나로호 성공한 2013년에서야 독자엔진 기술 개발 나서

    북한 우주개발 인력 1만명 추산…한국은 고작 720여명 불과
    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북한은 1998년 미사일을 개조한 장거리로켓 대포동1호를 시작으로 2006년 대포동2호, 2009년 은하2호를 잇따라 발사했다. 2012년 4월과 12월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발사장에서 이를 한층 개량한 은하3호를 발사한 데 이어 지난 7일 광명성호를 쏘아올렸다. 한국은 2009년과 2010년 러시아와 공동 개발한 나로호를 발사했다가 실패한 뒤 2013년 1월 3차 발사에 성공했다. 한국형 발사체(KSLV-2)의 엔진 시험모델인 2단형 발사체를 발사하는 2017년 말까지 국내에서 이뤄지는 로켓 발사는 없다. 일각에선 막강한 자금력과 정보기술(IT)을 보유한 한국이 북한보다 로켓 발사 횟수가 적고 기술이 뒤처진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 ‘총력 동원’ vs 남 ‘신중론’

    지난 7일 북한이 쏘아올린 광명성호
    지난 7일 북한이 쏘아올린 광명성호
    전문가들은 한국과 북한의 우주개발 전략이 다른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1인 지배체제인 북한은 통치자 의지에 따라 인력과 재원을 투입하는 구조인 반면 한국은 정권 의지가 아닌 국가 연구개발(R&D) 체계에 따라 우주개발이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우주개발 계획은 베일에 싸여 있다. 하지만 2011년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한 뒤 우주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정은 집권 후인 2012년 이후 세 차례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도한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은 2013년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와 별도로 국가우주개발국(NADA)을 신설하고 로켓 개발은 물론 지구관측위성에 이어 통신·군사용 정지궤도 위성 개발에 집중해왔다.

    한국도 우주개발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한국형 발사체와 다목적 실용위성 및 정지궤도복합위성 개발을 추진해왔다. 다만 엄격한 국가 R&D 체계 내에서 우주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한정된 예산에서 성공 확률을 점쳐가며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북한처럼 최고 권력자의 의지에 따라 우주개발 예산에 자원을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은 실패해도 부담이 크지 않지만 한국은 실패 시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한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연구위원은 “남한과 북한의 우주개발계획과 추진체계, 예산 투입 방식은 엄연히 다르다”며 “누가 더 유리한가를 놓고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엔진기술 확보, 북한보다 20년 늦어

    채연석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교수(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는 한국이 발사체 핵심인 엔진 개발에 북한보다 뒤늦게 뛰어들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액체엔진은 로켓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첫 번째 시험발사에서 성공확률이 33~34%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운 기술이다. 우주개발 선진국인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 등도 엔진 개발에 오랜 공을 들였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발사에 성공한 북한의 광명성호를 비롯해 은하3호의 1단 로켓에는 노동미사일에 들어가는 군용 27t급 액체엔진이 사용됐다. 1970년대 초 옛 소련에서 들여온 미사일 기술을 우주발사용으로 변형한 것이다.

    한국이 우주발사체용 엔진 개발에 착수한 건 북한이 1998년 대포동1호를 발사한 직후다. 당초 2005년 발사하려던 나로호는 국산 액체엔진을 활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강력한 추진력을 내는 터보펌프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러시아로부터 도입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한국은 2002년부터 별도로 30t급 액체엔진 개발에 나섰지만 나로호가 두 차례 발사에 실패하면서 나로호 발사 쪽으로 인력을 집중해야 했다. 본격적인 독자 엔진 기술 개발도 나로호 발사에 성공한 2013년 이후로 미뤄졌다. 한국은 이르면 내년에야 75t과 7t급 액체엔진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연구비 및 전문 기술인력 태부족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정부의 R&D 투자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우주분야에 예산을 더 늘려달라고 요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인력난과 예산 부족은 로켓 개발은 물론 한국의 우주개발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8월 낸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우주 개발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023%에 머문다. 이는 주요국 중에서 11위다.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중국은 물론이고 로켓을 개발하지 않는 독일보다 예산은 5분의 1, 인력은 10분의 1 수준에 머문다. 북한의 우주개발 핵심인력이 1만명으로 추산되지만 한국은 720여명에 그치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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