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SK하이닉스, 삼성전자式 '반도체 직업병' 포괄 보상
[ 최유리 기자 ] SK하이닉스가 자사 반도체 생산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백혈병 등 직업병에 걸린 근로자와 협력사 직원까지 원인 관계를 따지지 않고 포괄적으로 지원 및 보상키로 했다. 대상은 지난 5년간 접수된 암환자 등 108명 규모다. 보상 방식은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보상금 규모는 수십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 직업병 근로자 및 유족, 협력사 직원 등까지 발병 인과관계와 무관하게 보상 및 합의를 진행한다고 발표한 것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보상 신청자 90여명 중 퇴직 근로자 30명에게 1차 보상금을 지급하고, 관련 합의를 마쳤다.

산업보건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는 25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 간 SK하이닉스 사업장에서 실시한 산업보건 역학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은 보상책을 발표했다.

검증위는 지난해 반도체 직업병을 검증하기 위해 구성됐다. 조사의 객관성을 위해 검증위에 소속된 외부인사 7명(산업보건전문가 5명, 시민단체 관계자 1명, 법률 전문가 1명)은 회사와 독립적으로 선정됐다.

SK하이닉스는 검증위가 제안한 지원안을 전면 수용했다고 밝혔다. 작업장과 직업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워 포괄적인 보상이 필요하다는 게 검증위의 결론이었다. 반도체 사업장과 직업병 간의 인과관계 확인을 유보했다.

발생기전이 복잡한 암이나 희귀질환의 특성상 인과관계를 평가하는 자체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건강에 문제가 있는 근로자들의 치료와 일상 유지에 필요한 기본 수준을 지원하는 '포괄적 지원 보상 체계'를 제안한 배경이다. 앞서 삼성전자도 직업병 관련 조정위원회가 지난 7월 23일 제시한 조정권고안의 보상 원칙과 기준을 거의 원안대로 받아들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장재연 검증위 위원장은 "직업성 암을 인정하는 데 있어 과학적 인과관계 규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인과관계를 따지면서 해당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상지원을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원 대상자는 SK하이닉스 재직자뿐 아니라 협력업체 재직자와 퇴직자, 자녀를 포함하도록 했다. 지원 대상 질환은 반도체 산업과 상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암을 포함시켰다. 갑상선암, 뇌종양, 위암, 전립선암, 직장암, 악성 흑색종, 유방암, 췌장암, 난소암, 백혈병, 다발성골수종, 폐암 및 호흡기계 암, 비호지킨 림프종, 기타 조혈기계 암 등이 그 대상이다.

장 위원장은 "5년 동안 회사에서 발생한 암환자 108명의 상당수는 보상 대상에 포함된다"며 "보상 규모는 상당한 액수로 추정되지만 수 십억원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연 유산과 희귀난치성질환(다발혈관염 육아종증, 전신성 홍반루푸스, 전신경화증, 쇼그렌증후군,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파킨슨 병, 다발성경화증, 특발성 폐섬유증), 불임, 자녀의 소아암과 선천성 심장기형 및 희귀난치성질환 등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검증위는 보상안과 함께 사업장을 개선하기 위한 과제를 제안했다. 화학물질 및 작업환경 분야 66개, 건강영향관리 분야 25개, 산업안전보건 및 복지제도 분야 36개 등 총 127개 분야에서 안전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SK하이닉스는 검증위의 제안을 수용키로 했다. 의심 사례로 나타난 모든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지원과 보상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노사와 사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 지원보상 위원회를 결성하고 지원·보상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안전한 작업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시스템도 강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안전보건 관련 투자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2015년 현재 이천과 청주 사업장을 기준으로 1230억원의 안전보건 관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이를 매년 10%씩 늘려 2017년까지 3년 간 총 4070억원을 안전보건관리 및 시설 강화에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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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