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FnC의 스마트 스토어 1호점인 ‘시리즈’ 코엑스점에서 30일 소비자가 옷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코오롱은 대형 스크린과 CCTV, 센서, 태블릿PC 등 정보기술(IT) 장치를 활용한 새로운 판매기법을 시도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코오롱FnC의 스마트 스토어 1호점인 ‘시리즈’ 코엑스점에서 30일 소비자가 옷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코오롱은 대형 스크린과 CCTV, 센서, 태블릿PC 등 정보기술(IT) 장치를 활용한 새로운 판매기법을 시도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딩동!’ 의류매장 진열대에 걸려 있는 남성 셔츠 중 하나를 집어들자 오른편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84인치 대형 스크린에 고른 옷의 사진과 함께 각종 정보가 주르륵 떠올랐다. 트렌디 컬러 체크셔츠, 가격 3만9000원, 소재는 면 70%·마 30%…. 소비자들이 남긴 상품평도 보였다. “여자친구가 선물해줬는데 예쁘네요.” “가격 대비 그냥 적당해요.”

옆에 있던 매장 직원이 태블릿PC를 잠시 살펴보더니 “이 셔츠에 잘 어울리는 바지가 있다”며 말을 걸어왔다. 직원이 태블릿PC에서 핑크색 바지를 골라 손가락으로 밀자 스크린의 셔츠 사진 아래에 바지 사진이 얹혔다. 화면에서 ‘내 폰에 담기’를 누르고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자 몇 초 후 문자메시지로 제품 정보가 도착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있는 코오롱FnC의 남성복 브랜드 시리즈 매장. 평범한 의류매장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해 차별화된 판매기법을 선보이기 위한 실험이 벌어지는 곳이다. 코오롱FnC는 올초 IT 계열사인 코오롱베니트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지난 5월 시리즈 코엑스점을 ‘스마트 스토어’ 1호점으로 바꿔 시범운영 중이다.

200㎡ 넓이의 매장에는 주요 동선에 CCTV와 센서가 설치돼 있다. 누군가 특정 지점에서 20초가량 머뭇거리면 직원의 태블릿PC에 ‘OO영역에 도움이 필요한 고객이 있습니다’는 알림이 뜬다. 피팅 룸에서 옷을 입어본 뒤 360도 촬영을 통해 전후좌우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쇼윈도에는 ‘깨알 재미’로 손님을 유인하는 볼거리들이 눈에 띄었다. 쇼윈도 밖에서 마네킹이 걸친 옷에 손바닥을 가까이 대면 대형 스크린에 상품 정보가 뜬다. 이 스크린은 실시간 인기상품 순위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외모 나이’도 분석해준다. 쇼윈도를 구경하는 이들의 기념사진을 찍어 매장 안에서 인화해주기도 한다.

김은정 시리즈 코엑스점장은 “나이 분석과 즉석사진 서비스를 매일 400~500명이 이용하면서 코엑스몰의 명물로 떠올랐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매장 안으로 유입돼 영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이탈하는 젊은 층을 붙잡기 위해 대형 패션업체들은 디지털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코오롱은 올해 안에 럭키슈에뜨, 쿠론 등 다른 브랜드 매장도 스마트 스토어로 바꿀 계획이다. 제일모직도 빈폴 일부 매장에서 비슷한 방식의 디지털 기술을 시험 중이다.

해외에서는 영국 버버리가 디지털 전략에 앞선 패션업체로 꼽힌다. 런던 등 주요 매장에 전자태그(RFID)와 디지털 스크린을 도입하고, 온라인으로 패션쇼를 감상하며 신상품을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참신한 서비스도 선보였다.

김수현 코오롱베니트 이사는 “재고관리와 물류까지 연계한 높은 수준의 옴니채널(온·오프라인 매장의 유기적 결합)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