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순익 15% 증가 예상…내년 소재·산업재株 유망"
“내년 상장사 순이익 규모가 올해보다 15%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기 때문에 내년 시장은 올해보다 훨씬 나을 것으로 보입니다. 보수적으로 내년 유가증권시장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11배로 예상할 때 PER 역수인 주식투자 수익률은 9% 정도 기록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인기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기업 실적 개선에 따라 국내 주식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상승장을 펼칠 것”이라며 국내 증시를 밝게 내다봤다. 이에 따라 “요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싼 주식들을 적극적으로 사는 중”이라며 “소재, 산업재 업종의 반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이 운용하는 ‘트러스톤칭기스칸’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간판 펀드다. 2008년 설정 이후 장기간 꾸준한 수익률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3년간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7% 상승하는 데 그친 반면 이 펀드는 20.6%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이 재미를 못 봤다.

“대형주의 실적 부진과 글로벌 투자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아 주식형 펀드들이 대부분 저조한 성과를 냈다. 대형주가 올라가지 않으면 사실 수익을 내기 힘들다. 연초부터 성장성이 부각됐던 중소형주도 연말을 맞아 함께 조정받고 있다. 중소형주는 밸류에이션이 낮지 않기 때문에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올해 변동성 관리를 얼마나 잘했느냐로 중소형주 펀드 수익률도 크게 갈렸을 것이다.”

▶‘트러스톤칭기스칸’은 비교적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

“성장주와 가치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투자한다는 게 주효한 것 같다. 일종의 하이브리드 펀드로 볼 수 있다. 높은 수익률을 내기보다는 수익률 변동성을 낮추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따라서 다른 국내주식형펀드 대비 수익률 변동성이 낮은 편이다.”

▶경기도 안 좋은 요즘 성장주라고 할 만한 게 있나.

“저금리,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성장주를 선별하는 기준이 달라졌다. 과거 이익 증가율이 높은 기업을 성장주로 봤지만 지금은 경기변동과 관계없이 얼마나 꾸준히 이익이 증가하는지 여부로 선별한다. 이런 관점에서 서비스주나 보험주를 성장주로 본다.”

▶그렇다면 요즘 사는 주식은 뭔가.

“철저히 밸류에이션이 낮은 주식만 담고 있다. PER 25배 수준의 화장품주는 이미 미래 성장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 주의해야 한다. 싼 것 이상으로 매력적인 것은 없다.”

▶기업이익 전망이 좋지 않은데 내년에도 살 종목이 없지 않나.

“내년에는 더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다. 사이클상 올해까지 4년 연속 이익 감소 구간이었고, 내년부터는 이익증가 구간으로 볼 수 있다. 또 기저효과도 누릴 수 있다.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눈높이는 이미 많이 낮아져 있다. 지금은 대부분 주식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낮아져 내년도 실적 시즌에는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어떤 업종이 유망한가.

“소재, 산업재 업종을 꼽을 수 있다. 최근 유가 급락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많이 내려갔다. 이미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밑으로 내려가면서 해당 업종 주가는 충분히 떨어졌다. 유가가 지금보다 더 하락한다고 해서 주가가 더 밑으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또 이들 업종의 올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온다면 싼 가격을 바탕으로 한 안도 랠리가 나올 수 있다. 반대로 항공주 등 저유가 수혜주는 지금까지 누릴 만큼 누렸다. 유가 급락에 따른 주가 반등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

▶주의해야 할 변수도 있지 않나.

“달러강세 추이에 주목해야 한다. 원·달러 환율을 예측하기 힘들지만 달러 움직임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달러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 신흥국 디폴트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전반적으로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 주가는 밸류에이션으로 움직이지 않게 될 것이다. 반면 엔화 약세는 올해와 달리 달러와 함께 움직이면서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

▶장기간 관심을 둬야 할 투자 테마는.

“당연히 배당주다. 전통적인 고배당주보다 앞으로 배당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주식을 관심있게 봐야 한다. 특히 우선주와 지주회사 주식을 유망주로 꼽는다. 배당 확대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올라갈 것이다. 이는 대만 증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대만 증시도 1990년대 중반 정부가 기업의 보유 현금에 대한 과세 정책을 시행하면서 기업의 배당 성향이 높아져 현재 한국보다 30%가량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