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화천의 비수구미 계곡.  /한국관광공사 제공
강원 화천의 비수구미 계곡. /한국관광공사 제공
초록빛이 옅어지고 있다. 푸르기만 하던 나무에도 노랗고 붉은 기운이 감돈다. 날이 지날수록 청명해지는 하늘이 여행객의 마음을 뒤흔드는 시기. 가을의 절정은 빨리 지나간다. 늦기 전에 추억까지 붉게 물들여줄 곳으로 떠나보자. 한국관광공사는 ‘단풍 여행’이라는 주제 아래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은 8곳을 ‘10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추억과 낭만을 더 무르익게 하는 여행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75번 국도 따라 떠나는 가을 여행

가평에는 경기 최고봉인 화악산(해발 1468m)을 비롯해 명지산 연인산 유명산 운악산 등이 있다. 산 정상부터 시작되는 단풍의 물결은 국도변 들머리와 유원지, 마을 깊숙한 곳까지 내려간다. 석룡산의 조무락골과 명지산은 단풍이 지천인 가평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석룡산과 화악산 중봉 사이를 흐르는 조무락골은 길게 흘러내리는 물줄기와 푸른 이끼 덮인 바위, 붉게 타오르는 단풍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자아낸다. 삼팔교 용수목에서 출발해 2~3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가평 8경 중 하나인 ‘명지단풍’을 보려면 익근리 주차장에서 출발해 계곡을 따라가는 코스가 좋다. 75번 국도는 산을 오르지 않고도 단풍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길은 청평댐 부근에서 가평읍을 거쳐 연인산, 명지산, 조무락골 들머리와 강원 화천군과의 경계인 도마치재까지 이어진다. 구간마다 서로 다른 다양한 매력을 만날 수 있다. 가평군 북면 조무락골길 및 가화로. 가평군청 문화관광체육과 (031)580-2066

파로호 따라 단풍의 바다가 펼쳐진다

강원 화천의 가을은 해산령과 비수구미계곡을 먼저 찾아온다. 화천읍에서 평화의 댐으로 이어지는 460번 지방도를 타면 해산령 아흔아홉 굽이가 나온다. 여기서 형형색색으로 눈을 어지럽히는 단풍의 향연을 만날 수 있다. 아흔아홉 굽이의 중간에 자리한 해산전망대에 올라서면 주위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골짜기 사이로는 새파란 파로호가 내려다보인다.

해산령이 드라이브를 하며 여유롭게 단풍을 감상하는 코스라면, 비수구미계곡은 두 발로 걷기 좋은 곳이다. 힘은 들지만 빼어난 경치가 피로를 잊게 한다. 가을 햇살을 쐬며 걷는 동안 물소리와 바람 소리가 벗이 돼준다.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리막이라 어렵지 않다. 비수구미마을 이장집의 1만원짜리 산채밥상도 별미. 1박2일을 계획한다면 둘째날 딴산, 꺼먹다리, 산소 100리길, 산약초마을을 돌아봐도 좋다. 화천군 화천읍 평화로와 비수구미길. 화천군청 관광정책과 (033)440-2733
강원 홍천의 산소길을 걷는 어린이.
강원 홍천의 산소길을 걷는 어린이.
청량한 공기가 탁한 폐를 정화시키는 곳

강원 홍천에서 수타사 계곡을 끼고 걷는 산소길은 이름 덕분인지 유난히 공기가 맑다. 가을이 깊어지면 길 주변의 나뭇잎은 노랗고 붉은 옷으로 갈아입는다. 또한 벌개미취, 감국이 향기를 더한다. 숲 해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숲의 나무와 풀, 들꽃까지 자세히 알 수 있다.

가축 여물통을 닮은 귕소,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 발 디딜 때마다 흔들리는 ?소 출렁다리, 여럿이 앉아도 자리가 남는 계곡의 넓은 암반 등이 재미를 더한다. 한서 남궁억 선생이 일제강점기에 무궁화를 보급하기 위해 힘썼다는 서면의 무궁화마을, 홍천강의 시원한 풍광이 인상적인 밤벌유원지, 고소한 맛을 자랑하는 늘푸름한우 등도 홍천의 멋과 맛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홍천군 동면 수타사로. 홍천군청 관광레저과 (033)430-2472

주왕산의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계곡 단풍길

경북 청송에서 가을의 정취를 만나기 가장 좋은 곳은 주왕산국립공원이다. 대전사에서 용연폭포까지 이어지는 주왕계곡 코스와 주산지가 유명하다. 주산지에서 가까운 ‘절골계곡’도 빼놓을 수 없다. 절골계곡은 계곡 트레킹의 명소로, 대문다리까지 3.5㎞ 정도다. 가을에는 활엽수로 가득한 계곡이 붉고 노란 단풍의 기운으로 꽉 찬다. 주왕계곡과 주산지의 가을 풍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올해 문을 연 주왕산관광지는 벌써 인기 여행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청송한옥민예촌과 청송백자도예촌으로 구성된 주왕산관광지에는 수석·꽃돌박물관, 심수관도예전시관, 백자전시관, 청송백자체험관 등이 있다. 숙박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시관 관람, 백자 체험도 할 수 있다. 청송군 부동면 주산지길 일원. 청송군청 문화관광과 (054)870-6240
대통령의 별장이었던 청남대 안의 대통령길.
대통령의 별장이었던 청남대 안의 대통령길.
모두를 위한 청남대에서 여유만끽

대통령의 별장에서 만인을 위한 숲과 정원으로 변신한 청남대는 특히 가을에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가을을 맞은 정원에는 서늘한 바람을 맞이하는 꽃들이 화사한 빛깔을 뽐낸다. 겨울을 준비하는 다람쥐, 청설모들은 ‘대통령의 길’로 이름 붙은 숲길을 부지런히 오간다.

맑은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대청호를 감상하며 걸으면 마음도 여유로워진다. 메타세쿼이아, 단풍나무, 미선나무가 이어지는 미동산수목원과 문의문화재단지도 함께 둘러보기 좋다.

청원 나들목 인근에 있는 상수허브랜드에는 허브 향 가득한 가을 정원이 기다린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남대길. 청남대 관리사업소 (043)220-6412~4
대구 허브힐즈의 홍단풍길
대구 허브힐즈의 홍단풍길
가을 풍경이 눈을 시리게 하는 앞산

앞산(대덕산)은 대구 남쪽에 있는 산이다. 가을에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울긋불긋한 산 풍경과 대구 시가지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파란 잣나무 사이로 참나무의 황갈색이 점점이 박힌 은은한 색감이 멋지다. 다양한 수종을 보유한 대구수목원에서는 빨간 단풍, 노란 은행나무 등을 만날 수 있다. 허브힐즈의 홍단풍길은 빨간 단풍이 터널을 이루는 곳이다. 오가는 길에 가창 찐빵거리에 들러 찐빵을 맛보면 달달한 팥소가 입 안을 가득 채운다. 마비정 벽화마을에는 시골의 서정적 향수를 담은 벽화가 마을 담장에 그려져 있어 보는 이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남구 앞산순환로 외. 앞산공원 관리사무소 (053)625-0967
정겨운 벽화가 그려진 대구 마비정벽화마을.
정겨운 벽화가 그려진 대구 마비정벽화마을.
충남 보령 오서산의 억새 물결.
충남 보령 오서산의 억새 물결.
은행나무가 주는 자연의 금빛 선물

충남 보령시 청라면의 은행마을은 10월이면 노란 황금빛 축제를 만들어낸다. 은행마을(옛 장현리)은 국내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 중 한 곳이다. 마을에 있는 신경섭 가옥 주변으로 100년 이상 된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이 울창하다. 마을 주변으로 은행마을 둘레길에서 시골 정취를 만끽하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은행마을 인근의 오서산은 만추의 계절이면 억새로 뒤덮인다. 오서산의 은빛 억새와 은행마을의 노란 단풍은 가을 나들이 코스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오서산 초입에는 자연휴양림이 있어서 하룻밤 묵으며 가을 색을 가슴 속에 담기 좋다. 보령을 여행한다면 옛 절터인 성주사지와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도 둘러보는 것이 좋겠다. 보령시 청라면 오서산길 일대. 보령시청 관광과 (041)930-4542


억새의 은빛 파도가 마음까지 뒤흔드네

울산 울주의 암각화박물관.
울산 울주의 암각화박물관.
단풍의 물결은 10월 말께 울산 산악의 주봉인 가지산 석남사까지 닿는다. 석남사는 국내 최대 비구니 수도처다.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에 깃든 단풍이 가을의 정취에 빠지게 한다. 석남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반구대 암각화도 있다. 색다른 가을 풍경이 보고 싶다면 간월재로 발걸음을 돌려보자. 간월재는 억새 군락지로 이름난 울산 지역의 또 다른 가을 명소다. 해발 900m 이상의 고지대에 파도 치는 억새들이 가슴마저 일렁이게 한다.울산에서 한 번쯤 가봐야 할 곳이 장생포고래박물관이다. 예전에 장생포는 고래잡이의 전진기지였다. 박물관에는 갖가지 고래 관련 유물 들이 전시돼 있다. 벽화마을인 신화마을과 울산 대표 명소인 대왕암공원도 함께 갈 만하다. 울산 울주군 상북면 석남로(석남사), 상북면 간월산길(간월재).울산시청 관광과 (052)229-3893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