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케인스에 빙의돼 세상을 바라보자
“경제학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다 보면 일상의 경험만으로 경제 전반의 원리를 이해하기에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거시경제학이 보여주는 것은 현실 이면에 숨겨져 있는 결정적이고 실질적인 동력이다. 일단 그것을 이해해야 동력이 좀 더 잘 작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당신이 경제를 운용하는 입장에서 한 번 바라보라.”

《당신이 경제학자라면》은 불황·인플레이션·실업·국내총생산 등 거시경제 영역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경제교양서다. 저자는 독자에게 한 국가의 경제를 운용하는 자리에서 ‘고장 난 경제’를 고칠 수 있다는 태도를 가지고 세계 경제를 이해해 보자고 제안한다. 그리고는 ‘경제 수장이 된 가상 독자’와 끊임없이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는 ‘1 대 1 맞춤형 경제수업’ 방식으로 거시 경제의 다양하고 복잡한 쟁점들을 흥미로운 사례와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거시 경제의 개념을 설명하는 동시에 자신의 견해도 분명하게 드러낸다. 저자는 케인스 학파가 불황을 보는 관점, 즉 ‘경제는 고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준다. 호황 때에는 정부 지출을 삭감하고 부채를 상환하며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 시장이 더 잘 기능하도록 하고, 불황이 닥치면 정부 지출과 부채를 늘리고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많은 국가들이 호황에는 좌파 정권이 들어서 노동자 보호를 강화하고 부채를 늘려 대규모 공공 사업을 시작했다가 불황이 오면 우파 정부를 세워 적자를 줄이고 투자사업을 중단하며 노동자 보호법을 폐기해 위기를 더 부채질해 왔다고 꼬집는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