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화장실 지으려 오늘도 달리자
철인삼종 경기에 출전했던 마라토너 진오 스님은 베트남에 해우소(화장실) 108개를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금은 달리면서 모은다. ㎞당 100원이 목표다. 베트남 시골 마을을 달리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연을 알린다. 처음에는 반응이 없다가 힘들어하는 과정이 이어지면 응원 메시지나 후원 방법을 문의하는 댓글이 달리고, 그때 모금계좌를 공개한다. 그 돈으로 깨끗한 화장실을 지어준다. 회충약, 사탕, 지우개, 노트 등도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혼자만 깨우치면 뭣 하겠는가》는 법당 대신 길 위를, 목탁 대신 운동화를 택해 불우이웃들을 돕는 스님의 자전적 글이다. 여느 스님들이 펴낸 ‘상처 치유하기’류의 에세이와 다르다.

국내에서도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그가 지난하게 밟아온 수행의 기록이고, 상처받고 고통 속에 버려진 우리 이웃과 그들을 외면한 우리 자신에 대한 신랄한 보고서다.

부처님은 달리라고 설법한 적 없지만 스님은 뛰면서 소외된 이웃을 알린다. 언제부터인가 극한의 고통을 이기며 달리는 것이 수행이자 화두가 됐다. 땀이 흐르면 갈등하고 힘들어하는 자아가 사라지고 이웃을 위한 보살행만 오롯이 남는다. 스님은 부처나 예수, 진리가 반드시 절이나 교회에만 있지 않으며 당신이 있는 곳 어디에나 있다고 설법한다. 자비와 사랑의 가르침은 종교인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