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공민왕, 밤마다 그림자와 춤춘 까닭은?
[책마을] 공민왕, 밤마다 그림자와 춤춘 까닭은?
공민왕은 사랑하는 아내인 노국대장공주가 살아 있을 때는 원나라에서 독립하려는 자주적인 정책을 폈다. 하지만 공주가 아기를 낳다 죽자 정신 나간 사람처럼 행동했다. 정사는 승려 신돈에게 맡기고, 공주의 원혼을 달랜다며 불사에만 매달렸다. 천성이 여린 공민왕은 믿고 의지하던 공주가 사라지자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에 압도돼 자신의 이상을 저버렸다. 그림자를 대하는 원칙은 우선 직면해서 수용하고, 그다음으로 가볍게 춤을 추는 것이다. 춤출 때는 자신이 주체가 돼야 하지만, 공민왕은 그림자에 휘둘리고 말았다.

심리학으로 보는 고려왕조실록은 사회적 배경과 왕들의 심리를 중심으로 쓴 고려시대 역사 읽기다. 왕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날 수 있다. 내면의 상처가 때로는 악행으로, 때로는 선정으로 드러나는 상황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유모 손에 길러진 궁예는 권력을 잡은 뒤 내면의 어두운 자아가 폭발해 폭군이 돼갔다. 반면 지방 세력가의 아들로 태어나 소년 시절부터 선단을 지휘하며 지도력을 키운 왕건(사진)은 포용력과 통솔력을 바탕으로 민심의 지지를 얻어 궁예를 물리치고 고려를 창건했다.

미천한 집안 출신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혜종은 열등감에 시달리다 2년여의 짧은 치세로 마감했지만 현종은 좋지 않은 환경을 반면교사로 삼아 현군이 됐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