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건축사 사무소를 운영하던 건축가가 2001년 마흔넷 나이에 불현듯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났다. 복원과 재생건축을 전공하고 돌아온 그는 스페인 건축의 매력에 빠져 틈만 나면 스페인을 찾았다. 스페인 건축은 다양한 지배 역사를 통해 유럽과 이슬람 건축 양식을 받아들였고, 이것이 스페인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자리잡았다.

[책마을] 혼성의 문화가 깃든 스페인 건축
스페인 건축문화 답사기인《스페인은 건축이다》를 쓴 김희곤 삼육대 겸임교수가 바라본 스페인 건축의 특징은 ‘하이브리드 혼성 건축문화’다. 무려 8세기 동안 스페인을 지배한 이슬람은 스페인만의 고유한 무데하르 양식을 선물했다. 저자는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에 깊이 배인 매혹적인 건축 공간은 빛과 바람, 물과 기하학적인 조각이 어우러진 이슬람 건축의 진수”라고 평가한다. 이슬람 왕국 아래 기독교도가 발전시킨 모바사베 양식, 기독교 왕국 아래 이슬람 건축을 계승한 무데하르 양식이 스페인 건축 문화의 기반이다.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에 대한 설명도 빠뜨리지 않는다. 몸이 불편해 제도판에서 오래 작업할 수 없었던 가우디는 현장을 유심히 관찰하고 상상력을 더해 3차원 모델을 만든 뒤 짧은 시간에 도면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저자의 추억이 깃든 스페인 건축 명소를 따라가면 스페인 건축과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다. 남유럽의 시원한 풍광을 사진으로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