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하기도 전에 너무 일찍 핀 벚꽃
전국에 때이른 초여름 날씨가 찾아오면서 봄꽃 축제에 비상이 걸렸다. 낮 최고기온이 20도가 넘는 고온현상이 수일째 이어지면서 벚꽃을 비롯한 봄꽃이 기상청의 당초 예상보다 1주일에서 열흘가량 일찍 피고 있다. 기상청의 봄꽃 예보에 맞춰 축제 기간을 정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칫 축제를 망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27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같은 날의 최근 30년 평년치(12.2도)를 훨씬 웃도는 20.4도까지 치솟았다. 이 기온은 예년의 5월 말 기온에 해당한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기온이 20도를 넘어선 가운데 강원 춘천은 이날 23.4도로, 1966년 기상관측 이래 역대 3월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허진호 기상청 통보관은 “한반도 북쪽으로 5㎞ 상공에서 따뜻한 공기가 분포하고 있고, 고기압이 일본 남쪽 해상에서 느리게 이동하는 가운데 그 가장자리를 따라 따뜻한 남서류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벌써 폈네 > 경남 진해 여좌천 인근에 벚꽃이 활짝 폈다. 진해에선 4월1일부터 10일까지 전국 최대 벚꽃 축제인 제52회 군항제가 열린다. 연합뉴스
< 벌써 폈네 > 경남 진해 여좌천 인근에 벚꽃이 활짝 폈다. 진해에선 4월1일부터 10일까지 전국 최대 벚꽃 축제인 제52회 군항제가 열린다. 연합뉴스
지난 23일부터 전국에 고온현상이 계속되면서 봄꽃의 개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당초 기상청은 27일 제주 서귀포에서 벚꽃이 개화해 남부 지방엔 다음달 1~12일 개화할 것으로 지난 13일 예보했다. 하지만 국내 최대 벚꽃 축제가 열리는 경남 진해는 기상청의 예보보다 1주일가량 앞당겨진 24일 개화했다. 부산에서도 기상청 예보보다 열흘 빠른 지난 21일 벚꽃이 폈다. 또 다른 봄꽃인 개나리와 진달래는 이미 지난주께 개화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기상청은 벚꽃 축제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는 다음달 8일 개화해 15일께 절정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고온현상으로 인해 서울 등 중부지방의 벚꽃 개화와 절정 시점이 평균 1주일가량 앞당겨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문제는 봄꽃 축제를 여는 각 지자체가 기상청의 당초 예보에 맞춰 축제기간을 정했다는 점이다. 진해 군항제는 다음달 1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 경주벚꽃축제는 다음달 5일부터 13일까지, 여의도 벚꽃축제는 다음달 13일부터 20일까지 열린다. 벚꽃 개화 후 절정에 달하는 기간에 축제날짜를 정했다. 벚꽃은 개화 후 1주일 정도면 만개한다. 정작 축제기간 때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주말에 한 차례 비가 오겠지만 다음달 초까지 계속 평년보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벚꽃이 절정으로 향하는 시점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축제기간을 정한 뒤 축제 프로그램을 이미 짜놨기 때문에 날짜 변경은 불가능하다”며 “그냥 하늘만 쳐다보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벚꽃이 축제기간에 맞춰 개화하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올해는 예전과 달리 너무 일찍 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4월 첫째주 주말을 벚꽃 절정 시점으로 예상한 진해군도 울상을 짓기는 마찬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열리는 봄꽃 축제는 벚꽃(10개)을 비롯해 총 23개에 달한다. 벚꽃 외에도 튤립, 산수유, 매화 등의 축제가 열린다. 벚꽃을 제외한 다른 봄꽃들의 경우 기온에 민감하지 않아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