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집행자들은 부실한 금융 기업을 회생 시키는데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다. 잘 돌아가는 공공부문은 어느 날 민간기업으로 넘어간다. 유명 연구기관과 언론은 '개미 투자자'가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앞으로도 호황"이란 메시지를 보낸다.

세계가 이해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유를 설명하며 전 세계 0.1% 슈퍼부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신간 <0.1% 억만장자 제국>(새로운 제안)이 출간됐다.

국제적 비영리기구인 '시민 지원을 위한 금융거래 과세연합'등에서 학술자문단으로 활동하는 한스 위르겐 크뤼스만스키 전 독일 뮌스턴대 교수는 세계가 점점 부조리해지는 이유로 전 세계 0.1% '슈퍼부자'들을 지목했다.

<0.1% 억만장자 제국>에서 다양한 연구자료와 사회과학 분석방법을 동원해 슈퍼부자의 실체를 파헤쳤다.

저자는 슈퍼부자들을 금력(金力) 엘리트'라고 부르며 이들이 '금력복합체'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를 지배한다고 분석한다. 이들이 제조업과 자본주의 본연의 구조를 통해 돈을 번 과거 부자와 달리 금융 기법을 통해 돈을 벌며, 이렇게 돈을 버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또 "모든 자선 기부금의 약 10%만이 실제로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쓰인다"는 로버트 레이치 전 미국 노동부장관의 말을 인용하며 슈퍼부자의 기부를 '1급 해적질'이라며 강하게 비판한다. 자선보다는 세금회피나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기부가 이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에두아르두 사베린처럼 조세 회피를 위해 국적을 버리고 '유목민 생활'을 하는 부자들의 모습과 조세회피처에 50조 달러에 달하는 돈이 감춰졌다는 사실도 소개한다.

저자는 월스트리트 시위 같은 저항운동, 부패한 권력지도를 그림으로 표현하려 한 마크 롬바르디 등을 통해 슈퍼부자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는 희망을 엿본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슈퍼부자들에 의해 새로운 계급투쟁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가격은 1만8,000원. 전국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 중이다.

한경닷컴 오수연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 4년) suyon91@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