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공짜전기 같은 혁신 없다면…미래경제는 꺼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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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경제 / 손성원 지음 / 황숙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284쪽 / 1만5000원
“원화는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를 포함한 아시아 무역 상대국 통화에 대해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엔화 대비 고평가됐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한국의 무역이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과 이뤄지는 만큼 한국은행은 원화가치의 평가절하를 도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주목받는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신간 《미래경제》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미국과 영국, 일본은 양적 완화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데 한국도 여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 특히 일본과는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경쟁하는 품목이 자동차, 조선, 소비가전, 화학 등으로 대동소이해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인한 피해를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
손 교수는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최고 이코노미스트 1위를 차지한 경제 전문가다. 미국 웰스파고은행의 수석 부행장, 백악관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선임 경제학자 등을 역임해 실물경제와 정책, 금융 등에 두루 정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세계 경제가 앞으로 상당 기간 스태그네이션(장기적 경기침체)에 가까운 저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수출시장에서 더 큰 파이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세계 경제의 저성장을 예견하는 근거는 생산성 저하,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불확실성 등 세 가지다.
그에 따르면 생산성이 둔화되는 것은 대단한 혁신이 없기 때문이다. 지구촌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려면 공짜 전기나 날아다니는 자동차 같은 대대적 혁신이 필요한데 앞으로 10년 사이에 이런 일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얘기다.
각국의 개별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아직도 불안한 유로존 경제는 한 지붕 아래 모이기에 부적절한 이들이 동거하는 모양새여서 회원국 개편이 불가피한데, 이는 커다란 혼란과 비용을 야기할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가 효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20년간 지속된 디플레이션 정서를 쉽게 바꾸기는 어려워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지나친 수출의존도,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 부동산 버블 등으로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의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다만 미국 경제는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세계 1위를 자랑하는 규모의 경제, 풍부한 천연자원, 수압파쇄 원유탐사 기술을 앞세운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 부상 등의 효과에 힘입어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저자는 이런 검토를 거쳐 책의 후반부를 저성장의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할지 정부, 기업, 개인들에게 대안을 제시한다.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혁신이다. 경제가 연간 3% 성장할 경우 한국의 생활 수준은 25년 후 두 배로 향상되지만, 성장률이 1%에 그치면 그 기간이 70년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들이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을 조성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초창기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펀드 확충, 소기업을 지원할 소형은행의 역할, 창의성과 혁신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교육개혁 등은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
기업들에는 디자인이나 생산과정에 처음부터 소비자들이 참여하도록 해 함께 가치를 창출하는 공동창조와 평소 접촉할 일이 거의 없는 그룹이나 공동체 등 낯선 환경에서 배우는 리버스 이노베이션을 제안한다. 아울러 개인들에게는 앞으로 경제성장이 저조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몇 년간 성장주보다 가치주 비중을 늘리는 투자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경제의 거시 전망부터 개인들의 대응전략까지 두루 담고 있지만 워낙 쉽게 설명하고 있어 비전문가들이 읽기에도 불편하지 않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주목받는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신간 《미래경제》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미국과 영국, 일본은 양적 완화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데 한국도 여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 특히 일본과는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경쟁하는 품목이 자동차, 조선, 소비가전, 화학 등으로 대동소이해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인한 피해를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
손 교수는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최고 이코노미스트 1위를 차지한 경제 전문가다. 미국 웰스파고은행의 수석 부행장, 백악관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선임 경제학자 등을 역임해 실물경제와 정책, 금융 등에 두루 정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세계 경제가 앞으로 상당 기간 스태그네이션(장기적 경기침체)에 가까운 저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수출시장에서 더 큰 파이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세계 경제의 저성장을 예견하는 근거는 생산성 저하,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불확실성 등 세 가지다.
그에 따르면 생산성이 둔화되는 것은 대단한 혁신이 없기 때문이다. 지구촌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려면 공짜 전기나 날아다니는 자동차 같은 대대적 혁신이 필요한데 앞으로 10년 사이에 이런 일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얘기다.
각국의 개별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아직도 불안한 유로존 경제는 한 지붕 아래 모이기에 부적절한 이들이 동거하는 모양새여서 회원국 개편이 불가피한데, 이는 커다란 혼란과 비용을 야기할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가 효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20년간 지속된 디플레이션 정서를 쉽게 바꾸기는 어려워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지나친 수출의존도,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 부동산 버블 등으로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의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다만 미국 경제는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세계 1위를 자랑하는 규모의 경제, 풍부한 천연자원, 수압파쇄 원유탐사 기술을 앞세운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 부상 등의 효과에 힘입어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저자는 이런 검토를 거쳐 책의 후반부를 저성장의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할지 정부, 기업, 개인들에게 대안을 제시한다.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혁신이다. 경제가 연간 3% 성장할 경우 한국의 생활 수준은 25년 후 두 배로 향상되지만, 성장률이 1%에 그치면 그 기간이 70년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들이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을 조성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초창기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펀드 확충, 소기업을 지원할 소형은행의 역할, 창의성과 혁신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교육개혁 등은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
기업들에는 디자인이나 생산과정에 처음부터 소비자들이 참여하도록 해 함께 가치를 창출하는 공동창조와 평소 접촉할 일이 거의 없는 그룹이나 공동체 등 낯선 환경에서 배우는 리버스 이노베이션을 제안한다. 아울러 개인들에게는 앞으로 경제성장이 저조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몇 년간 성장주보다 가치주 비중을 늘리는 투자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경제의 거시 전망부터 개인들의 대응전략까지 두루 담고 있지만 워낙 쉽게 설명하고 있어 비전문가들이 읽기에도 불편하지 않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