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식품회사 퀘이커오츠는 1994년 아이스티와 과일 음료를 전문으로 만드는 업체 스내플을 17억달러에 인수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퀘이커오츠의 결정에 우려를 나타냈지만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윌리엄 스미스버그는 인수를 강행했다. 이를 통해 퀘이커오츠는 단숨에 미국 소프트 드링크 업계 3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기대만큼 사업은 신통치 않았고 퀘이커오츠는 결국 3년 뒤 3억달러에 스내플을 재매각했다. 매일 160만달러씩 손해를 본 셈이다. 결국 1901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00년 펩시에 인수됐다.

이 회사가 금융권의 만류에도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1983년 스포츠음료 업체 게토레이를 인수해 성공을 맛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험에 비춰 같은 결정을 내렸지만 결과는 달랐다. 게토레이와 스내플의 배송 체계, 광고 방식 등이 판이해 시너지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책마을] 뒷걸음질이 게으른 제자리 걸음 보다 낫다
《생각을 경영하라》의 저자에 따르면 판단은 ‘습관’이다. 인간의 지각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늘 해오던 방식대로 판단하는 경우가 잦다.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방대하고 의사결정을 신속히 해야 할 때 인간은 ‘휴리스틱(heuristics)’을 사용하게 된다. 이는 그동안 쌓은 경험에 따른 직관적 판단으로, 일종의 ‘지름길’이다.

하지만 판단착오의 위험성도 있다. 인간이 가진 ‘선택적 지각’ ‘순차적 사고’ ‘정보처리 능력의 한계’ ‘기억력의 한계’ 등이 위험을 유발한다. 아무리 쓸모 있는 정보가 많아도 이를 종합적으로 지각하지 못하고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확신의 덫’에 빠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규칙을 점검한다면 누구나 지금보다 더 똑똑해질 수 있다. 판단은 일종의 습관인 만큼 잘못된 판단 행태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똑똑한 결정을 위한 습관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기, 좋은 친구 사귀기, 과감히 버리기, 제자리에 머물지 않기, 숫자가 아닌 범위로 예측하기,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구분하기, 실패에서 배우기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현상 유지는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게으른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안”이라며 “힘들더라도, 골치 아프더라도, 논쟁을 유발할지라도 현상 유지보다 더 나은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은 아닐지라도 제자리에 머무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